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진실게임 양상…누구 말이 맞나?

기사입력 2014-10-21 09:35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의 후폭풍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선 사고의 원인이 된 판교테크노밸리 공연 공동 주최와 관련한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 축제 팸플릿에 따르면 이데일리·이데일리TV가 주관사로, 경기도와 성남시·경기과기원이 공동 주최자로 돼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경기도의 경우 공동 주최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명의 도용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공동 주최 여부는 사고 책임 소재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경찰은 이 부분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지난 19일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의 "책임지겠다"는 발언에 네티즌들이 "돈이면 다 되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성남시, "판교 축제 지원 계획 없었다"

20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경찰청과 분당경찰서 수사본부에 따르면 성남시 측은 경찰조사에서 "축제 지원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역시 산하기관인 경기과학기술연구원에 출연금을 지원하고 있을 뿐 엄밀한 의미에서 공동 주최자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성남시의 경우 행사 이틀 전인 지난 1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1100만원짜리 이데일리 홈페이지 배너 광고를 의뢰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데일리 측이 성남시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금액 1000만원(1100만원에서 부가가치세 100만원 제외)과 일치한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1100만원을 지원하려 한 것은 통상적인 행정광고 명목이지, 행사 예산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데일리 측은 지난 6일 경기과기원에 보낸 행사 협조요청 공문에 수신자로 경기과기원 외에 경기도를 명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내용의 공문이 경기도에도 보내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과기원을 관할하는 부서와 대변인실 등을 통해 문서접수대장 등을 확인했지만 이데일리 측으로부터 공문을 받은 사실이 없었다"며 "이데일리 측으로부터 구두연락을 받은 직원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과기원이 자체 배포한 행사홍보 보도자료에 경기도를 주최기관으로 명기한 데 대해 경기도는 "도 차원의 보도자료 배포 협조를 거부했는데, 경기과기원이 임의로 경기도를 주최기관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과기원 판교테크노밸리지원본부장이 '성남시가 행사과 관련해 이데일리에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과 과기원이 경기도 산하기관이란 점을 감안해 공동 주최자로 경기도와 성남시를 명기하기로 하고 사업계획서를 결재한 바 있다'고 진술했다"고 밝혀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곽재선 이데일리 회장 발언도 논란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데일리의 곽재선 회장의 발언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곽 회장은 지난 19일 성남시 분당구청에 마련된 사고 대책본부를 찾아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과 만나 40여 분간 사고수습 방안 등 대책을 논의한 뒤 취재진에게 "구조적인 문제와 부주의로 인해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났다"며 "책임 있는 언론사로서 행사 주관사로서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곽 회장은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보상 부분을 포함해 모든 것을 대책본부에 위임해 그 결정에 따르겠다"면서 "이데일리와 별개로 제가 갖고 있는 장학재단을 통해 이번 사고로 숨진 사람들의 가족 자녀의 대학까지 학비를 대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곽 회장의 "책임질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발언이 네티즌들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행사 주관사로서 안전에 미흡했던 만큼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게 정당한 태도가 아니냐며 곽 회장에게 화살을 겨눴다. 이는 마치 이데일리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으로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또 장학재단을 통해 사고로 숨진 사람들의 가족 자녀 대학 학자금을 지급하겠다는 곽 회장의 발언에도 상당수 네티즌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교훈 삼아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 등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가 있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여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심성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다. 목숨의 대가로 돈이면 다 해결되느냐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앞으로 사고로 죽는 모든 사람의 학비지원을 부탁한다"고 곽 회장의 발언을 비꼬았다.

이데일리·경기과기원, 배상 통상적인 판례 따르기로 유족과 합의

이런 가운데 숨진 희생자 16명의 유가족 협의체와 ㈜이데일리,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사고 발생 나흘째인 20일 보상 등에 합의했다. 이재명(성남시장) 사고 대책본부 공동본부장과 한재창(41·희생자 윤철씨의 매형) 유가족협의체 간사는 이날 오전 10시 성남시 분당구청 2층 사고 대책본부 브리핑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이 밝혔다.

합의 내용을 보면 배상금은 통상적인 판례 기준에 따르기로 하고 장례비용은 희생자 1명당 2500만원을 일괄 지급하기로 했다. 배상 주체는 우선 이데일리와 경기과기원으로 정했다. 경찰수사 등을 통해 경기도, 성남시 등 다른 기관의 과실이 추가로 드러나면 포함하기로 했다. 배상금액은 희생자의 급여수준 등이 각각 달라 통상적인 판례에 준해 일정한 기준과 시기를 정하고 나중에 그 기준에 따라 세부적으로 확정하기로 했다. 배상금은 유족이 청구한 날부터 한 달 이내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장례비용은 이데일리와 경기과기원이 1주일 내에 희생자 1명당 2500만원을 지급하되 이데일리가 우선 지급하고 추후 경기과기원과 분담 비율을 정해 정산하기로 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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