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증권, 직원 간 금품수수로 도덕성 치명타

기사입력 2014-11-12 10:08


오는 12월 31일 국내 최대 증권사가 탄생한다. NH농협금융지주가 지난 4월 인수한 우리투자증권과 산하 NH농협증권이 합병해 자산 규모 1위(42조)인 'NH투자증권'으로 출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합병법인의 출범을 앞두고 NH농협증권 직원들의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과연 기대만큼 1위 증권사의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개한 NH농협증권의 종합 검사결과 부하 직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간부가 있는가 하면, 평소 잘 아는 사람과의 기업어음 통정거래, 차명계좌를 이용한 주식투자 등 직원들의 윤리의식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증권 팀장, 부하직원 성과급 6000만원 가로채

금감원 검사결과 채권운용 부서의 팀장이 부하 직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9년 5월 채권운용 부서의 A팀장은 부하직원 2명으로부터 각각 3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수수했다. 이는 조사결과 성과급과 관련해서 벌어진 금품수수로 나타났다.

당시 이 회사 채권운용부서에선 수익률에 따라 해당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런데 A팀장은 자신의 성과급 몫이 적다며 부하직원의 성과급 증 각각 3000만원씩을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조사를 담당한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A팀장은 '나의 업무 기여도가 높아 내가 더 많은 성과급을 받아야 하는데 혼자 너무 많이 가져간다는 뒷말이 나올까봐 일단 직원들에게 상당액을 분배한 뒤 돌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면서 "금감원이 수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보니 좀 더 자세한 내막은 파헤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문제가 된 직원들의 진술만 청취했을 뿐 금품수수의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었다는 얘기다.

금감원 측은 또 현행 법률로는 금품수수 직원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고 했다. 대신 '임직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관련규정을 준수하고 직무관련 임직원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해서는 안된다'는 NH농협증권 내부통제 규정에 따라 A팀장에게 적절한 징계를 내릴 것을 NH농협증권 측에 요구했다. 형법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50% 이상을 출자한 정부관리 공기업 임직원이 부하직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면 뇌물죄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농민이 주인인 농협중앙회 산하 금융기관은 뇌물죄 처벌 대상기관이 아니다.


NH농협증권 관계자는 금품수수 직원에게 어떤 징계를 했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명목으로 돈이 오갔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징계를 줬다"면서도 "어떤 징계를 내렸고 어떤 명목으로 돈을 수수했는지는 직원 개인 프라이버시가 있는 만큼 공개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비리 사건을 갖고 '직원 프라이버시' 운운하면서 답변을 회피한 것.

또 다른 B팀장은 부인 명의로 몰래 주식투자를 하다가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돼 징계를 요구받았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회사 임직원이 자기의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는 경우에는 자기의 명의로 해야 한다. 또 매매명세서를 분기별로 소속 금융투자업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직무상 고급정보를 알 수 있는 위치의 증권회사 직원이 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이 회사 B팀장은 2001년 3월부터 2011년 1월 사이에 본인과 배우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25개 종목(최대투자원금 3억300만원)을 매매했으며 2009년 2월부터 2011년 1월 사이에는 준법감시인에게 계좌개설 사실을 분기별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간 불법적으로 증권투자를 해왔으나 아무로 이를 알아채지 못한 셈이다. 또 다른 간부 C씨도 2009년 4월부터 2011년 8월 사이 배우자 명의의 차명계좌를 통해 25개 종목(최대 투자원금 8100만원)을 매매했다가 적발됐다.

ABCP 편법거래 통해 지인에게 금전적 이익 안겨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은 수년 전부터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증권회사 상품이다. ABCP는 특수목적회사(SPC)가 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회사채, 정기예금 등을 기초로 해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기업 입장에선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SPC를 설립한 뒤 이를 통해 발행하는 ABCP를 활용, 자금을 한 번에 대량으로 유치할 수 있다.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선 ABCP가 다른 기업어음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금리가 은행보다 높아 저금리 시대에 수익도 짭짤해 인기다.

그런데 NH농협증권이 ABCP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이득을 줄 목적의 통정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이번 금감원 검사결과 밝혀졌다. 이 회사의 ABCP 인수업무를 담당하던 한 차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모 증권회사 직원 2명에게 각각 19회(총 15억7000만원 상당)와 2회(총 2억원)에 걸쳐 ABCP를 적정 할인율보다 현저히 높은 9.0~12.9% 할인율로 설계한 뒤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대 증권회사의 한 직원은 1억9400만원, 또 다른 직원은 3000만원의 이익을 보게 됐다. 일반적으로 작은 액수의 ABCP는 증권회사의 영업점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도록 돼 있으나 이를 어기고 지인에게 금전적 이득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할인율을 높여 편법으로 판매한 것이다. ABCP에서 할인율은 일반 은행예금의 이자율 개념으로 할인율이 높으면 만기 시 그만큼 높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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