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 제품, 사포닌 함량에만 집착 마세요

최종수정 2016-06-08 23:59

때 이른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이다. 면역력을 증진시켜서 더위를 이기기 위해 홍삼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최근 늘었다. 그러나 막상 홍삼 제품을 사러 가면, 진열대마다 놓여 있는 다양한 제품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지 망설이게 된다. 판매원의 일방적인 설명이나 가격대 외에는 구매를 위한 '팁'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홍삼 제품 구매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정리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백화점 홍삼 제품 코너.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성분표 따져보니…사포닌이 '절대 기준' 아냐

일반 소비자는 홍삼 제품을 고를 때 무엇보다 '사포닌이 많이 들어있으면 효과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포닌만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그 외의 유효성분도 중요하다. 특히 6년근에는 사포닌 외에 몸에 좋은 성분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포닌 : 홍삼 효능의 기준이 되는 사포닌은 진세노사이드라고 부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기능식품으로서 홍삼 제품의 기능 5가지를 인정하고 있는데, 진세노사이드 Rg1, Rb1, Rg3가 일일섭취량 기준 3.0∼80㎎이면 '면역력 증진·피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2.4∼80㎎이면 '혈액 흐름·기억력 개선·항산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의 기능성이 인정된다.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홍삼 음료는 이 같은 효능 표시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사포닌 함량이 홍삼 효능의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Rg1+ Rb1+ Rg3의 합'은 홍삼으로 제조한 것인지를 알려주는 지표성분일 뿐, 품질과 효능을 나타내는 척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 중에서 단순 피로 해소용, 환자 회복 보조용 등 목적에 따라 선택하면 무리가 없다.

박정일 서울대 약대 교수는 "홍삼은 진세노사이드 외에도 폴리아세틸렌이나 페놀, 아미노산 등 다양한 성분이 효능을 발휘한다"면서 "이런 성분은 체내 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건강 효과를 내기 때문에, 홍삼 제품의 우수성을 사포닌 함량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시관 건국대 의생명화학과 교수도 "홍삼 껍질·잔뿌리 부분을 많이 포함시키거나 알코올로 추출하면 사포닌 함량 올리기는 쉽다"면서 "홍삼의 사포닌 함량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몸통 vs 잔뿌리 : '홍삼근과 홍미삼 비율'은 어떤 의미일까? 홍삼근은 홍삼의 몸통, 홍미삼은 잔뿌리를 말한다. 홍삼근 비율이 높을수록 부드럽고, 홍미삼 비율이 높을수록 쌉쌀한 맛이 난다. '홍삼근 70:홍미삼 30' 내외 비율이 일반적이다. 홍삼근이 홍미삼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관장의 경우 면세점에는 홍삼근 100% 제품이 들어가는데, 외국인들이 쓴맛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형분 : '고형분'이란 제품 전체에서 수분을 제외한 질량을 말하는데 보통 백분율로 표기한다. 고형분이 65%라면, 수분은 35%가 된다. 동일 분량 제품이라면 고형분 비율이 높을수록 홍삼 함유량이 많다.

-4년근 vs 6년근 : 6년근 홍삼은 4년근에 비해 15% 정도 비싸다. 6년근은 비싼 만큼의 값어치를 할까? 인삼은 병충해 등으로 인해 6년간 온전한 형태로 키우기가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6년근에서 유효 성분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포닌 함량은 4년근과 6년근의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논란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김시관 교수는 "비사포닌계 생리 활성 물질은 4년근보다 6년근이 훨씬 많다"고 밝혔다.


 ◇백화점 홍삼 제품 코너.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제형별로 따져보니…농축액이 '베스트셀러'

홍삼 제품은 씹어먹고, 떠먹고, 마시는 등 섭취 방식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홍삼 제품은 농축, 추출, 분말 등 가공 방식에 따라 제형이 달라진다. 원형 그대로 캔에 포장한 '뿌리삼', 홍삼 100%를 농축해 만든 '농축액', 홍삼을 물을 넣고 달인 '달임액', 기타 분말이나 환, 정과 등의 형태가 있다.

-원형삼 : '뿌리삼'이라고 부르는 원형삼은 등급에 따라 천삼, 지삼, 양삼, 절삼 등으로 나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뿌리당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천삼은 대부분 수출용으로 팔려나가고 있으며, 구입 대기 기간이 긴 편이다.

-농축액 : 판매량이 가장 많은 홍삼 제형이 농축액이다. 국내 홍삼업체는 모두 농축액(엑기스) 제품에 '홍삼정'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판매한다. 홍삼을 장시간 달여 수분을 제거한 100% 홍삼 진액으로 홍삼업계 1~3위인 KGC인삼공사 정관장, 농협 한삼인, 동원F&B 천지인 모두에서 최다 판매 제품으로 꼽혔다. 최근에는 이를 1회분씩 포장한 스틱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서초구 모 백화점 홍삼 전문샵 3곳에서 모두 '가장 잘 나가는 제품'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한 전문점 판매 매니저는 "숟가락으로 떠먹는 기존 제품보다 휴대가 간편해 특히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베스트셀러인 농축액이 가장 좋은 것일까? 일부 영세 업체에서 제품 겉면 표시와 달리 상품성이 떨어지는 '파삼' 등으로 농축액을 제조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뿌리삼 제품화 기술이 부족한 곳에서 원형삼으로 농축액·달임액을 만들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분말 : 홍삼은 통째로 갈아서 미세 분말로 제조할 경우에 영양성분을 최대한으로 담아낼 수 있으며 체내 흡수율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김시관 교수는 "홍삼 분말화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홍삼을 통째로 갈아 먹는 것이 좋긴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뿌리 전체를 미세하게 갈아서 상품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박정일 교수는 "홍삼 제품의 제형에 따른 효능 차이는 크지 않으며 섭취 방법이 더 중요하다"며 "홍삼은 공복에 먹을 때 흡수율이 좋은데, 간혹 예민한 사람은 식후에 복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가성비' 따져보니…무조건 고가 제품 선택할 필요 없어

홍삼 제품을 고를 때 가장 고려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다. 브랜드에 따른 가격 차이도 크지만, 한 브랜드에서도 가격대 별로 다양한 제품이 나와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홍삼 전문점이나 백화점의 전문 코너, 마트에서 파는 제품은 동일하다. 단지 타깃 소비자층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점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이, 마트에서는 저렴한 음료 제품을 대표 상품으로 진열하는 것이다. 단, 건강기능식품은 판매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해서, 편의점이나 영세 소매점에서는 판매가 어렵다.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평균보다 높지만 소비자 접근성 등을 고려해서 일반 음료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있다.

박정일 교수는 "홍삼제품의 가공 시설이나 과정도 중요하다"면서 "식약처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한 제품을 선택하면 제조 과정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들이 값비싼 브랜드의 홍삼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철저한 품질 관리와 여러 차례의 잔류 농약 검사 등도 비용에 반영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농약은 흙 속이 아닌 잎에 뿌리는 것이라 잔류 성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굳이 비싼 홍삼 제품을 고집한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홍삼농축액 제품을 비교 조사했던 소비자시민모임도 "브랜드보다는 가격과 섭취 편의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홍삼제품을 선택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따라서, 선물용 등이 아니라 자신이 먹기 위해 구입한다면 꼭 고가 제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고, 가격이 저렴해도 실속있는 제품을 사면 된다.

'어린이 홍삼' 안심하고 먹여도 될까

요즘은 어린이와 청소년도 홍삼 제품을 많이 먹는다. 대부분 성장과 체력 보강을 위해 부모가 사서 먹이는 경우다. 그런데, 막상 부모들은 홍삼을 사 주면서도 '아이들이 홍삼을 잘 못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에 대해, 박정일 서울대 약대 교수는 "청소년은 체중에 따라 홍삼 먹는 양을 맞추면 좋지만, 많이 복용했다고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는다"며 "어린이의 홍삼 복용이 특별한 부작용이나 성조숙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없다"고 말했다.

시중에 건강기능식품으로 나와있는 어린이용 홍삼은 대개 연령별로 단계가 나뉘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홍삼 농축액 함량이 다르고, 첨가되는 부원료도 연령대별로 필요한 성분을 추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4세 유아용은 소화 흡수를 돕는 성분, 기관에 가게 되는 5~7세용은 체력과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을 넣는 식이다.

어린이용 홍삼 제품은 대부분 아이들 입맛에 맞추기 위해 당분을 첨가한다. 일반 기호식품으로 출시된 홍삼음료 중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소아비만 논란을 일으키는 제품이 있지만,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은 어린이용 홍삼 제품은 대부분 천연 당분이 소량 들어가 있기 때문에 소아비만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홍삼은 혈액 응고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수술을 받았거나 다쳐서 상처가 난 경우에는 지혈이 된 뒤에 섭취해야 한다.

알쏭달쏭 설명서…스펙 강화하고, 성분표시 쉽게 해야

홍삼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하려면 제품 성분표를 지금보다 쉽게 만들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소비자원은 최근 "어린이 홍삼음료의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천차만별이고 표시 함량과 다른 제품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실태와 관련, 박정일 서울대 약대 교수는 "현재 시판중인 홍삼 제품은 일반 소비자가 성분표를 봐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정부에서 성분 표시 및 평가 기준과 관련된 법규를 비전문가인 소비자들도 쉽게 이해하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관 건국대 의생명화학과 교수는 "식약처는 현재보다 품질관리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진세노사이드 Rg1, Rb1, Rg3 등 세가지만을 기능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를 유럽 기준인 8가지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표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수출이 원활하지 못하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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