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장이 뒤틀리는 것 같은 고통 때문에 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변비'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매일 아침 화장실에 가는데 변비라니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비는 대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이씨처럼 매일 대변을 봐도 잔변감이 있는 경우, 배변 횟수가 적은 경우, 배변시 과도한 힘을 주거나 화장실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도 변비로 볼 수 있다. 변비는 매우 흔한 증상으로, 본인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변비에 관한 궁금증에 대해 알아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 요요보다 무서운 다이어트 부작용 '변비'
-젊은 여성들 :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여성 변비 환자는 35만4000명으로, 남성 26만1000명 보다 훨씬 많다. 이처럼 여성 변비 환자가 많은 것은 임신 등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몸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많이 하는 20~30대는 여성 환자가 남성의 4배 가까이 된다. 식사량을 줄이게 되면 장의 연동운동이 느려지고 대변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최소량 생성이 어려워, 몸안에 대변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저탄수 고지방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에 많이 포함된 식이섬유 섭취가 줄어들기 때문에 변비가 생기기 쉽다. 조유경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다이어트로 변비가 생긴 여성들이 장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센 변비약을 과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 아침식사 거르면 '골든타임' 놓칠 수도…
"신호가 왔을 때 참지 않는 것이 진정한 변비 환자의 자세"라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배변은 '은밀한 사생활'이지만,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변비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침 식사 : 우선 배변에 가장 좋은 시간대는 아침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혹은 아침식사 후가 가장 좋은 찬스 시간대다. 그런데 아침식사를 거르면 배변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배변이 가능한 최소량을 만들기 위해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수분 섭취 : 충분한 수분 섭취는 '변비인'들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습관이다. 하루 8잔 이상의 물(1.5~2리터)을 마시는 것이 필수다. 단, 물 대신 커피 등을 마시면 이뇨 작용이 활발해져 오히려 수분을 빼앗길 수 있다.
-식이섬유 & 유산균 : 변비에 좋은 음식은 크게 '식이섬유가 풍부한' 푸룬(말린 자두), 고구마, 해조류 등과 청국장, 요구르트 등의 발효식품이 꼽힌다. 변비와 관련해 프로바이오틱스(장까지 살아서 가는 유산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조유경 교수는 "유산균만으로 변비약과 같은 뚜렷한 효과를 얻을 수는 없지만, 장 운동을 촉진하고 좋은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세 & 운동 : 자세도 중요하다. 양변기에 앉는 자세보다 쪼그려앉는 자세가 변비에는 더 좋다. 이 자세가 어려운 경우 양변기에 발받침대를 해서 다리를 더 올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배변시 지나치게 힘을 주는 것도 삼가야 하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보면서 지나치게 오랜 시간 변기에 앉아있는 것도 좋지 않다. 또한 신체 활동이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변비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규칙적 운동을 통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변비에는 걷기, 수영, 등산 등 유산소 운동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로 운동할 시간내기가 어렵다면, 사무실 안에서라도 짬짬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강박 증세 : 변비는 심리적 원인이 큰 증상이다. 편안하지 않은 집 밖에선 '볼 일'을 못 본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여행이나 군입대 등 환경이 바뀌면서 대변을 참아 갑자기 생기는 변비는 약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급성 변비의 경우 5~7일간 대변을 보지 못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또한 '매일매일 화장실에 가야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변비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2~3일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해야 한다.
-변비약 : 복부팽만감 등 심각하게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변비약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변비약도 단계가 있어서, 증상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 종류가 다르다. 그런데 '한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 혹은 '내성이 생긴다'는 선입견 때문에 변비약 복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자칫 만성 변비로 진행될 수도 있다. '생약' 등 민간요법을 맹신하지 말고,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적정량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유경 교수는 "생약이라면서 환자들이 병원에 가져오는 것 중 상당수가 장 자극 성분을 함유한 경우가 많다"면서 "이러한 약들은 장기 사용이 금물이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비 자가 진단]
1. 배변 시 과도한 힘주기가 4회 중 1회 이상
2. 단단한 변이 4회 중 1회 이상
3. 불완전한 배변감이 4회중 1회 이상
4. 항문 폐쇄감이 4회 중 1회 이상
5. 배변을 위해 손가락을 이용하는 등 부가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4회 중 1회 이상
6. 일주일에 3회 미만의 배변
→ 최근 6개월 중 3개월 이상, 6가지 증상 중 2가지 이상이 있으면 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