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콘트롤 타워' 정책본부가 부실 계열사 부당 지원을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대기업이 거래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사를 끼워 넣어 중간 이윤을 챙기도록 돕는 이른바 '통행세'를 롯데그룹 수뇌부에서 직접 챙겼다는 것.
검찰이 "김 전 부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롯데기공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제조사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는데도 황 사장이 (롯데기공을) 도와주라고 했는데, 제작능력이 없는 회사를 '끼워넣기' 하라는 것이 맞나"라고 묻자 장 전 대표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증언에 따르면 장 전 대표는 2008년 10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롯데피에스넷이 외부업체에 ATM 제작을 맡기는 계획을 신 회장에게 보고했는데, 이에 대해 신 회장은 "롯데기공 사업이 어려운데 ATM 제작을 맡길 수 없나"라고 의견을 냈다.
이에 김 전 부장이 단기간에 ATM 개발이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당시 정책본부 국제실장이었던 황 사장이 김 전 부장과 장 전 대표를 따로 불러내 재차 롯데기공을 도와주라고 말했다는 것. 롯데기공은 주차설비·자판기 제조업체로, 2008년 부채가 급증하고 이듬해 1월 채권금융기관협의회로부터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롯데알미늄에 인수되기 전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