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 중 절반이 넘는 그룹 오너일가가 대출을 위해 계열사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혔고, 그 주식의 가치가 무려 1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별로는 한진중공업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 비중이 95.4%로 가장 높았다. 두산이 93.6%로 뒤를 이었고 ▲아이에스동서(87.9%) ▲금호석유화학(84.3%) ▲DB(71.2%) ▲현대(69.2%) ▲효성(56.5%) ▲유진(56.1%) ▲한진(53.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재계 1위 삼성의 경우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2.45%)만 유일하게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전체적으로 주식담보 비율이 0.16%에 그쳤다. 이 외에 KCC(1.21%), LG(5.23%), 신세계(5.36%), 현대백화점(6.32%), LS(6.69%) 등 18개 그룹도 10% 미만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대림, 영풍, 한국투자금융, 한국타이어 등 35개 그룹은 오너 일가가 계열사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게 전무했다.
특히 주식담보 비중을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로 나눠 보면 자녀 세대가 12.1%로, 부모 세대(9.4%)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납부, 지배기업 지분 확보 등의 사유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주식담보 대출은 오너 일가의 재산권만 담보로 설정하고 의결권은 인정되기 때문에 경영권 행사에 지장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액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