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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휴렛팩커드 '갑질' 공정위 철퇴…IT업계 "갑질근절 규제강화 시급"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19-08-14 08:38


글로벌 기업인 한국휴렛팩커드(HPE)가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다른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는 식이다.

▶글로벌 기업 '우월적 지위' 악용

공정위는 지난 11일 하도급법을 위반한 HPE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16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HPE는 지난 2011~2014년동안 하도급 업체들에 줄 대금 3억6960억원 등을 정당한 이유 없이 해당 거래와 무관한 다른 하도급 업체들이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사례로 보면 이해가 쉽다. HPE는 2011년 말 'KT 오픈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11개 수급사업자에 위탁했다. 이중 3개 수급자(A,B,C)에 서면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업무를 맡겼고, 2012년 말 위탁 업무가 끝났지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A, B, C사가 받아야 할 하도급 대금은 각각 3억1460만원, 2억2440만원, 1억1000만원이다.

HPE는 이후 A사에 지급해야 할 하도급 대금을 하청업체인 E사에 부담시켰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위반이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본인이나 제3자를 위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E사는 하도급법 위반을 알면서도 '울며겨자먹기'로 대금을 대납했다. HPE는 170개 이상 국가에서 IT 관련 판매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인 만큼 향후 주요 거래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D사는 당시 설립 2년차 중소사업자였다. HPE는 이같은 점을 악용, E사를 상대로 비슷한 행태를 계속했다.


2014년 10월 E사에 5500만원을 다른 하청업체인 D사에 지급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D사는 HPE가 2011년 수주한 사업의 하청업체인 B와 C에게 하도급대금 3억3340만원을 지급한 업체다. D사가 문제를 제기하며 해당금액의 반환을 요구하자 HPE는 반환금액 중 일부를 E사에 부담토록 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시정명령 제재와 함께 HPE에 E사가 대납한 하도급대금 3억690만원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 측은 "IT 서비스 분야에서 원사업자가 영세한 중소업체에 장래 하도급계약 체결을 빌미로 경제적 부담을 지운 행위를 제재한 것은 처음"이라며 "IT 서비스 분야에서 계약체결 전에 업무를 위탁하는 행위 등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제재하여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업계 안팎에선 공정위의 HPE 제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종 특성상 하도급 구조가 많아 불공정행위가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었던 만큼 이번 규제를 계기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솜방망이처벌 논란…IT업계, 규제 강화 시급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낮다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말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중소기업을 상대로 쥐어짜기식 갑질을 해도 과징금만 내면 된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함기호 HPE 대표이사는 국내의 외국계 CEO모임인 (사)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의 회장을 2017년부터 맡고 있다. 외국계기업에 있어 HPE의 공정위 제재 수위는 향후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선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IT업계의 경우 더욱 그렇다. IT업계는 다른 업계와 달리 하도급구조가 보편화된 곳이다.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주고 이를 받은 기업이 또 다른 하청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크게는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상대로 하도급 대금 대납부터 적게는 회식비 요구 등을 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IT산업이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며 정부차원의 육성책이 발표 되고 있지만 업종 특성상 구조적인 면에서 중소기업의 열악한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규제당국의 처벌 및 관리감독 강화를 통해 IT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원청업체-하청업체간 갑질 근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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