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넘버원 항공권 검색 플랫폼' 스카이스캐너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어 도마 위에 올랐다.
▶2~3월 항공권은 줄줄이 취소되는데…스카이스캐너 측 중개 수수료 감면 요청에도 '나몰라라'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여행사들의 2~3월 항공권 취소율은 90%에 육박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현재 신규계약은 없고 기존에 구매했던 항공권 등의 취소만 발생하고 있어 피해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사들을 스카이스캐너가 두 번 울리고 있는 셈이다.
스카이스캐너는 스카이스캐너에서 검색하고 결제된 항공권에 대해서 여행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다. 스카이스캐너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앱)에서 검색된 항공권의 예약 및 결제는 해당 여행사 및 항공사에서 이뤄진다.
이때 중개 수수료는 소비자가 예약하는 시점에 여행사가 먼저 지급한다. 3~4개월 뒤에 출발하는 항공권에 대한 중개수수료도 구매가 이뤄진 달에 결제가 이뤄진다. 만일 소비자들이 구입한 항공권을 예약한 달 안에 취소할 경우 여행사들은 중개수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스카이스캐너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스카이스캐너는 어려운 시간을 함께 헤쳐나가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여행사 및 항공사를 포함 국내 파트너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각 파트너사와 개별 사례 또는 계약을 공개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밝히긴 어려우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최대한 파트너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시 추후에라도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등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스카이스캐너 관계자는 "파트너사들의 의견에 항상 귀 기울이고 있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실상 스카이스캐너에 중개 수수료 면제와 환불을 강제할 법적 수단은 없다. 이와 관련 여행업 관계자는 "스카이스캐너가 다양한 방법으로 파트너사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들은 바도 없고, 아는 바도 없다. 크게 달라진 지원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튼튼한 자본력을 지닌 글로벌 기업이 파트너사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스카이스캐너는 2억을 기부한 로레알 그룹 등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기부금을 낼 계획이나 기부 활동을 한 것이 있냐는 질문과 관련, 스카이스캐너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대답했다.
▶'슈퍼갑' 스카이스캐너, 수수료율 인상에 이은 국내 기업과의 극과극 행보 '눈살'
2001년 영국에서 설립된 스카이스캐너는 약 30개에 달하는 언어를 기반으로 유명 항공권과 호텔, 렌터카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난 2016년 중국 최대 여행사인 트립닷컴 그룹(당시 씨트립 그룹)에 인수된 후 스카이스캐너의 매출은 씨트립 그룹에 인수되기 전보다 30% 이상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스카이스캐너의 점유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스캐너가 국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만큼 국내 여행사들의 스카이스캐너 의존도도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현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국내 여행사들을 외면하는 스카이스캐너의 태도에 여행사들의 불만은 고조됐다. 이미 지난해 스카이스캐너의 중개 수수료 인상으로 여행사들의 수수료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파트너사들과의 '상생'을 외친 스카이스캐너가 오히려 이들에게 수수료 인상으로 여행사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킨 것이다.
지난해 1월 스카이스캐너는 한국 서비스의 여행사 중개 수수료율을 기존 1.3%에서 1.7%로 인상했다. 이에 국내 주요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는 스카이스캐너 입점을 거부하는 '보이콧' 선언을 하며 자사의 상품을 일제히 철수시켰다.
그러나 보이콧을 선언한지 두 달이 채 안돼 세 업체들 모두 스카이스캐너의 인상된 중개 수수료를 받아들이고 재입점했다. 스카이스캐너의 지나친 수수료 인상은 불합리하지만 업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스카이스캐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점유율도 높고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아 여행업체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스카이스캐너 측의 요구에 맞춰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또 "일방적인 스카이스캐너 측의 수수료율 인상 통보로 여행업체들은 하루아침에 30%나 인상된 수수료를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의 갑작스러운 수수료율 인상 배경과 이를 다른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하는지 등 수수료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스카이스캐너 관계자는 "이 또한 계약사항이라 답변 드릴 수 없다"고만 말했다.
한편 스카이스캐너와 유사한 중개업을 하고 있는 네이버 등 국내 기업들은 파트너 여행사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월부터 판매수수료를 50% 감면해왔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를 확대 적용해 이달 25일까지 판매되는 국내외 항공권 판매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스카이스캐너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 인상을 강행하더니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사들의 고통까지 외면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때가 됐는데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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