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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세 남성 직장인 A씨는 최근 피로감이 극심하고 집중력이 저하되는데다 간혹 코피를 쏟아 걱정이 크다.
#. 25세 여대생 B씨는 요즘 급격히 체중이 증가하고, 다리가 부었다. 시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가볍게 여겼는데 두통과 어지럼증까지 겹쳤다.
최근 20~30대 젊은층에서 고혈압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중장년층의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젊은층 고혈압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고혈압 방치 땐 심각한 합병증…체중 10% 늘면 혈압 7㎜Hg 상승
혈압은 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을 말한다.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Hg(밀리미터 에이치지 또는 밀리미터 머큐리)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Hg이상인 경우를 고혈압이라고 한다. 원인 질환이 밝혀져 있고 이로 인해 2차적으로 고혈압이 발생하는 경우는 '이차성 고혈압',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를 본태성(일차성)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초기 증상이 거의 없지만, △두통 △어지러움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잦은 코피 △피로감 및 집중력 저하 등이 있다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인체 기관에 손상을 일으키거나 다양한 혈관 관련 합병증이 유발될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머리에서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과 치매, 심장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협심증, 심근경색 등이 있다. 망막증으로 인한 시력저하나 갑작스러운 실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심장과 신장의 기능이 빠르게 떨어지며 이로 인해 심부전과 만성신부전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체중이 10% 증가하면 혈압이 7㎜Hg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만인 고혈압 환자가 체중을 1㎏ 정도 줄이면 수축기 혈압이 1.6㎜Hg, 이완기 혈압이 1.3㎜Hg 감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30대 고혈압 5년 새 22% 급증…질환 인지율·치료율도 낮아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고혈압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국내 20세 이상 성인 인구의 30%(약 1300만명)가 고혈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성인 3명 가운데 1명은 혈압이 높은 셈이다.
그런데 최근 젊은 고혈압 환자의 증가세가 가팔라 이슈로 떠올랐다.
2017년에 약 81만명이었던 20~30대 고혈압 환자는 2022년에 약 99만 명으로 5년 새 22%가 증가했다. 다른 연령대의 10%대 또는 한 자릿 수 증가율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일부 연구에서는 20~30대 남성의 약 31.1%, 여성의 약 12.5%가 고혈압 전 단계(수축기 혈압 130~139㎜Hg 또는 이완기 혈압 80~89㎜Hg)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젊은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지 않아 유병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젊은층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두려움에 생활습관 개선만 시도하고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실제 이들 중 36%만이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있으며, 치료율은 35%에 그친다.
이는 고혈압 환자들의 평균 인지율 77%, 치료율 74%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인천힘찬종합병원 내분비내과 김유미 과장은 "젊은층일수록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대한 관심도가 낮고 치료에 대한 적극성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젊은층에서 고혈압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과도한 음주 및 흡연, 비만 등을 꼽는다.
특히 짜고 기름진 음식 섭취 증가와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진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이 혈압 상승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벽 운동보다 오후 운동 권장…식습관 개선·정기적인 혈압 측정 등 중요
고혈압은 식습관 개선, 적정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등을 통해 예방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다. 물론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약물 복용도 중요하다.
우선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5g(1티스푼) 이하로 줄이고 채소, 과일, 통곡물, 저지방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채소와 과일은 하루 3회(한 번에 종이컵 한 개), 통곡물 하루 3회(한 번에 종이컵 반 개), 저지방 유제품 하루 2~3회, 생선 주 2~3회 섭취(한 번에 종이컵 한 개), 견과류 하루 한 줌(약 30g) 등의 섭취가 권장된다.
술과 담배, 탄산음료, 과도한 커피, 튀긴 음식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운동은 주 3~5회,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계단오르기 등)을 하는 게 좋다.
스쿼트(15회×3세트), 팔굽혀펴기(10회×3세트), 덤벨 운동(10~15회 반복) 등 근력 운동과 병행하면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새벽 운동보다는 오후나 초저녁에 식사 30분 이후 운동하는 것이 권장된다.
새벽 찬 공기에 갑자기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돼 '숨겨진 심장병'이 있던 사람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급격한 혈압 상승 예방을 위해 체조나 스트레칭으로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 중 어지럽거나 현기증을 느끼면 즉시 중지하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
김유미 과장은 "젊은 나이라도 심혈관질환과 고혈압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더 자주 혈압을 측정하고 유지해야 한다"면서 "특히 심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 비만, 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위해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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