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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머리 스타일을 자랑하는 뿔제비갈매기는 '신비의 철새'로 불린다. 워낙 개체 수가 적어 알려진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불법 알 채집, 태풍에 의한 둥지 소실, 해양오염에 따른 부화율 저하 등에 멸종위기에 처하며 현재 지구상에 남은 개체는 100여마리에 불과하다.
1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뿔제비갈매기의 새로운 번식지가 작년 5월 육산도 인근 섬에서 추가로 확인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새 서식지는 2016년부터 매년 육산도에 오던 개체 'K00'과 'K11' 부부 행방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산란기가 지났는데도 부부가 보이지 않자 환경부 국립생태원, 경희대 한국조류연구소, 바닷새연구소 연구진은 인근 섬을 뒤졌고, 근처 무인도에서 부부를 찾았다.
발견 당시 부부는 괭이갈매기 무리 속에서 알을 품고 있었으나 번식에는 실패했다. 부부는 올해 육산도로 돌아가 둥지를 틀고 알을 부화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뿔제비갈매기 번식지 발견은 학계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재생에너지 업계에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됐다.
특히 9천800억원을 들여 무인도를 둘러싼 발전 용량 160㎿(메가와트)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지으려던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 두산지오솔루션은 고심에 빠졌다.
두산지오솔루션은 일단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작년 11월 제출했던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올해 4월 철회했다.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제출은 건설 착수 직전 단계로, 계획대로면 올해 첫 삽을 뜰 예정이었다.
대신 발전단지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과 건설 예정지를 변경하는 방안 등 뿔제비갈매기 번식에 영향을 주지 않는 대안을 현재 찾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다만 3월 공포된 해상풍력법이 사업 경제성 측정을 위한 신규 풍황계측기 설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해 선택지가 제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뿔제비갈매기 번식과 이동 경로 등을 모니터링하며 발전사업자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 생태학자는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면 재생에너지 사업과 생태계 보전이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