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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만한 오심이 될 것 같다. 순위 싸움이 걸린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3일(이하 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홈 3연전 첫 경기에서 연장 승부 끝에 패트릭 베일리의 끝내기 만루홈런에 힘입어 5대1로 승리했다.
다저스는 10회초 오타니 쇼헤이가 고의4구를 얻어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이어 무키 베츠가 우익수 플라이를 쳤다. 그런데 2루주자 벤 로트벳이 3루까지 욕심내다 우익수 그랜트 맥크레이의 정확한 송구에 태그아웃됐다. 다저스는 1사 1,2루 찬스가 2사 1루로 악화됐고, 프레디 프리먼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 무득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이어 연장 10회말 샌프란시스코의 공격. 무사 2루서 맷 채프먼이 2루수 땅볼을 쳐 2루주자 크리스티안 코스가 3루로 진루했다. 이어 이정후 타석이 되자 다저스 벤치는 블레이크 트라이넨을 내리고 좌완 태너 스캇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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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풀카운트까지 몰고간 뒤 스캇의 6구째 바깥쪽으로 빠지는 90.8마일 슬라이더에 스윙을 했다. 공은 이정후의 배트에 스친 뒤 포수 로트벳의 미트에 들어갔다.
빌 밀러 구심은 처음에는 삼진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정후가 파울이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하자 밀러 구심은 채드 페어차일드 3루심의 의견을 구했다. 그가 땅에 닿는 것을 봤다는 시그널을 보내자 밀러 구심은 파울로 번복했다.
그런데 느린 화면을 보니 공은 그라운드에 닿지 않았다. 명백한 오심.
현지 중계진은 "분명이 공을 잡았습니다. 삼진입니다. 심판이 콜을 놓쳤어요. 이정후가 공 하나를 더 기다릴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정후는 결국 7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볼로 골라 걸어나갔다.
이어 케이시 슈미트가 고의4구를 얻어 만루가 됐고, 베일리가 스캇의 가운데 높은 96.5마일 직구를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 혈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정후가 그대로 삼진 처리됐다면, 승부가 어떻게 진행됐을 지는 알 수 없는 일.
다저스는 그 상황에서 어떤 어필도 하지 않아 중계진도 의아해했다. 파울 여부는 챌린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여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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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일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트레이드돼 온 뒤 5번째로 선발 마스크를 쓴 로트벳은 "분명히 공이 땅에 닿지 않았다. 내가 공을 잡고는 고정시키기 위해 미트를 땅에 대고 있었다. 간신히 공을 잡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심판과 함께)공을 확인해보니 아주 작은 흠집이 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감각적으로는 공이 땅에 닿지 않았다고 확신했지만, 공에 흙 자국이 묻어 있어 파울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트라이넨을 계속 놔둘 수는 없었다. 태너가 이정후를 처리할 것으로 믿었고, 뒤에는 오른손 타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리플레이를 봤는데 공이 그라운드에 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오심으로 인해 역사적인 첫 기록이 나왔다. 베일리는 끝내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과 끝내기 그랜드슬램을 한 시즌에 모두 기록한 역사상 첫 번째 선수가 됐다. 베일리는 지난 7월 9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1-3으로 뒤진 9회말 1사 1,3루서 우중간 펜스 상단을 맞히는 타구를 치고 홈까지 들어와 3점짜리 끝내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기록한 바 있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18경기에서 14승4패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75승72패를 마크했다. NL 와일드카드 3위 뉴욕 메츠와의 승차를 0.5게임으로 줄였다. 다저스(82승65패)는 4연승이 마감돼 디비전시리즈 직행 티켓이 걸린 NL 2위 필라델피아와의 승차가 5.5경기로 벌어졌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