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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에 대한 개입은 항상 제한적이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야 하는 곳이며 의도적인 당국의 개입은 대개의 경우 부작용과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의 경우 미국 달러를 비롯해 각국의 통화가치가 움직이는 민감한 시장이므로 견제와 감시의 눈이 많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을 지정할 때 각국의 개입 여부와 그 규모, 시기 등을 면밀히 살피는 것은 환율이 물가와 무역수지 등과 민감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외환 당국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해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뿐이며 환율의 특정 가격대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조를 유지한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여러 요인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70원까지 오른 데 이어 13일에는 1,475원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가 이어졌다. 원화 절하의 배경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 요인부터 서학개미들의 지속적인 미국 주식 매수,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 한미 관세 협상 결과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전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 환율 안정이 쉬운 여건은 아니다.
이 총재는 또 이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방향 전환 여부'를 언급해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출렁거렸다. 한은은 공식 입장이 현재의 통화완화 사이클을 유지하는 것이고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은 이 총재가 금리인하 종료가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총재의 발언 의도가 무엇이었건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충격이 발생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서 금융시장과의 소통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신호가 시장에 투명하게 전달되고 반영돼야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제고되고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도 신속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당국과 시장 간의 신뢰 없이는 소통이 실패하고 많은 잡음과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과 금리 불안, 원화 가치 하락 등을 고려하면 우리 시장은 이런 잡음과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
hoonkim@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