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초인적 순발력…타인 구하는 '신의 손'

기사입력 2025-11-19 07:42

(대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지난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경기. 이재성이 몸을 날려 헤더슛을 한 뒤 골대에 얼굴을 부딪치는 것을 볼리비아 골키퍼가 손으로 막고 있다. 2025.11.19
(대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지난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경기. 이재성이 몸을 날려 헤더슛을 한 뒤 골대에 얼굴을 부딪치는 것을 볼리비아 골키퍼가 손으로 막고 있다. 2025.11.19
(대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지난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국가대표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과 볼리비아의 경기. 이재성이 헤딩슛을 하고 있다. 2025.11.19 seephoto@yna.co.kr
[유튜브 '1boon_kbo'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남부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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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재개발조합 사무실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해 3명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소방 당국은 중상을 입은 50대 여성과 60대 여성, 70대 남성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피해자들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현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 2025.11.19 jjaeck9@yna.co.kr
'이재성 부상 막아준 볼리비아 골키퍼' 영상 화제

"골대에 세게 부딪혔다면 큰 부상"…"순발력으로 막아"

버스 기사·출근길 시민도 '위기의 타인'에 손 내밀어

"사람이 다칠수 있어 본능적으로 몸이 바로 움직였다"

"이타적 행위, 집단생존력 위해 남겨진 진화적 유산"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서윤호 인턴기자 = 이것은 '신의 손'인가.

지난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대표팀과 볼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 직후 인터넷에는 '이재성 부상 막아준 볼리비아 키퍼'라는 제목의 영상이 퍼져나가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볼리비아 골키퍼 기예르모 비스카라가 헤더슛을 시도하던 이재성의 머리가 골대에 부딪히지 않도록 손으로 밀어내 큰 부상을 막아냈다는 설명과 함께 '매너 손', '스포츠맨십' 등의 단어가 따라붙었다.

골대 앞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공이 아닌 상대 팀 선수의 부상을 막고자 손을 뻗은 것은 비단 '스포츠맨십'을 넘어 골키퍼의 초감각적인 순발력과 내재한 이타심이 드러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박한 세상에서 앞뒤 재지 않고 순간적인 기지와 순발력으로 타인을 구하는 '신의 손'들이 추위를 녹인다.



◇ "상대편 선수를 파울로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재성 부상 막아준 볼리비아 키퍼'에 온라인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유튜브 이용자 '푸른***'는 "그냥 얼굴을 골대에 부딪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상대편 골키퍼에 감사하다", '엄***'는 "상대편 선수를 도리어 파울로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정말로 훌륭한 인류애"라고 썼다.

해당 영상이 국제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 누리꾼들도 "공과 선수의 머리를 동시에 구했다"(selamatkan bola dan kepala dalam masa yang sama)(유튜브 이용자 'sau***'), "골문의 신사"(Caballero del Arco)(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Gus***')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치명적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야구팀 LG 트윈스의 수석 팀닥터를 지내기도 했던 오주한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18일 "만일 골대에 세게 부딪혔다면 최악의 경우 목이 꺾이거나 광대뼈, 코 등에 골절이 생길 수도 있었고, 눈이 충돌했다면 안구에 손상이 갈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타박으로도 2~3주에서 한 달 정도 재활이 필요한데 목디스크·안면골절 등이 발생할 경우 6개월은 소요되는 데다, 경기감각 저하로 인한 회복 기간은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스포츠의학회 회장을 지낸 양윤준 일산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축구선수의 사망 원인 1위가 골대에 충돌하는 것"이라며 "골대에 머리를 부딪힐 경우 뇌출혈이 일어날 수 있고, 앞으로 이동 중 충돌하면 마치 채찍으로 때리듯 경추도 다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골키퍼의 경우 순발력이 중요한 포지션인 만큼, 순발력을 통해 뇌에서 판단하기 이전 감각적으로 척추에서 알아서 판단해 상대 팀 선수의 머리가 다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선수의 순발력과 이타심이 빛난 사례는 앞서도 있었다.

2023년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채은성은 빠르게 날아오는 파울 타구를 자신의 배트로 걷어내 중계 카메라와 카메라 감독을 보호했다.

당시 유튜브에는 "컨택 능력과 선구안이 대박"(이용자 '이정***'), "90억의 멋진 수비"('박한***'), "역시 이래서 프로"('lij***')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2015년에는 대학농구리그에서 고려대 문성곤이 인터뷰 도중 리포터를 향해 날아오는 공을 손으로 막아내 화제를 모았다.

누리꾼들은 "공 날라오면 선수도 당황할 건데…센스 있네"('소소한***'), "농구공이 생각보다 묵직해 맞았으면 가벼운 멀미 앓았을 수도. 나이스 블록이네"('cam***') 등 박수를 쳤다.



◇ '자동반사'처럼…심폐소생술·화재진압·흉기난동범 제압도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 '자동반사'를 남을 위해 발휘하는 이들은 사회 곳곳에 있다.

지난달 의정부 아파트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목숨을 위협받던 피해자 가족은 인근 이웃 세대로 피신해 목숨을 구했다. 이웃 주민은 자신의 목숨 또한 위협받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어줘 피해 가족을 집 안으로 들이고 보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험을 외면하지 않고 은신처를 내어 준 이 이웃의 용감한 행동에 "칼 들고 쫓아오는데 본인들도 무서웠을 텐데 그 짧은 순간에 문을 열어 줄 생각을 하시다니 빠른 판단력 존경합니다"(유튜브 이용자 'mep***'), "문 열어준 이웃분 대단하시다. 목숨 걸고 도와주셨네요"('Sos***') 등 찬사가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시내버스 기사 정영준 씨가 버스 운행 중 정류장 인근에 쓰러져 의식이 없는 행인을 발견하고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정씨는 2018년 4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승객을 살린 바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일 그를 '서울시 안전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감동적이에요…역시 아직 괜찮은 세상 같아요"('goo***') 등 댓글이 달렸다.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시민들의 발빠른 행동이 대형 참사를 막았다.

당시 마포소방서 측은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기관사와 승객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해 진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진화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재가 난 칸의 옆 칸에 있던 시민들이 소화기를 들고 불길에 직접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뒤도 안 돌아보고 대피할 수 있었을 상황에서 더 큰 참사를 막고자 나선 것이다.

이에 "너무 멋집니다, 이 사회의 영웅들"(네이버 이용자 'sir***'), "덕분에 수많은 시민이 큰 피해 없이 무사귀환했다, 감사하고 존경한다"('pau***'), "자칫 대구 지하철 참사처럼 될 뻔한 큰 사고를 막은 시민과 기관사분들께 감사드린다"('fea***')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일에는 강동구에서 출근길에 흉기 난동을 목격하자 순간적인 판단으로 가해자를 몸으로 넘어뜨려 제압해 피해자의 생명을 구한 시민 A씨의 용감한 행동이 큰 화제를 모았다.

50대 남성 A씨는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목을 부여잡은 채 "칼에 찔렸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피해자를 목격하자 양복 차림으로 곧장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태를 살피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 직후 눈에 살기를 띤 B씨가 나타나자 가해자임을 직감하고는 곧장 B씨를 넘어뜨린 뒤 가슴을 무릎으로 누르고 양팔을 잡아 제압했다.

A씨는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말 그대로 본능적으로 몸이 바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다시 출근길에 오른 A씨는 "많이 알려지는 게 싫다"며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길 거부했다.



전문가들은 이타적인 행위가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적·생물학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한다.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본래 약한 존재였기에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잘 뭉치고 남을 도우며 생존력을 키웠다"며 "이타적인 행위는 집단의 생존력을 키우기 위해 남겨진 진화적 유산"이라고 말했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기본적으로 사람이 갖고 있는 공감과 연민의 능력이 발현된 것"이라며 "자신이 갖고 있던 가치관에 맞게 행동했을 때 뿌듯함과 행복감을 느낀다는 측면에서 이타적인 행동은 자신을 위한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haemong@yna.co.kr

<연합뉴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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