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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어른에게 SNS가 일상이듯 우리도 일상"
"아이들이 기술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논의 부재"
지난 10일 세계 최초로 호주 정부가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차단했다는 소식에 스레드에 올라온 반응들이다.
호주의 과감한 조치로 청소년의 SNS 허용 여부에 대한 주의 환기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청소년 사이에서는 해당 조치가 별반 화제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학부모'를 중심으로는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청소년의 안전을 위해 SNS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이제 SNS는 일상에서 필수이기에 금지는 과하며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부딪친다.
◇ 어이없어하는 청소년들 "SNS 막는 건 어른들의 생각"
17일 현재 스레드에서 "호주의 (청소년 SNS 금지)조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han***')고 묻는 한 게시글에 2천700여개의 하트와 6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은 대부분 호주의 조치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부적절한 목적으로 SNS를 통해 청소년에 접촉하거나, 청소년이 SNS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우리 때 네이트온 싸이월드 다 추억 아님?"('_yu***'), "자율성을 완전 억압하면 꼭 반작용이 수반되더라고요"('hae***') 등 지나친 조치라는 의견도 보였다.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SNS 금지에 대해 어이없어했다.
양천구 학원가에서 만난 중1 김모 군은 "못하게 막는 건 너무 어른들만의 생각 같다"며 말도 안된다는 듯 웃었다.
고1 A군도 "우리나라에서 (규제)한다고 하면 애들이 겁나 싫어할 것 같은데…"라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중1 B양은 "SNS가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SNS를 막는다 해도 (그런 나쁜 것들이) 해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2 C군은 "어른들에게 SNS가 일상인 것처럼 우리에게도 일상"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SNS로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는데 좀 너무 나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3 신모 양은 "릴스나 쇼츠를 잘 안 보긴 하는데 학원 가보면 서로 얘기하는 애들 빼고는 (애들이) 다 핸드폰만 보고 있으니까 그런 규제가 좀 필요한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무작정 막 '그냥 하지 말라'는 식으로 애들한테 말하면 오히려 반발심이 생길 것 같다"고 짚었다.
SNS를 금지하면 청소년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A군은 "SNS로 일상 공유 많이 한다"며 "제가 요즘 힙한 옷에 빠졌는데 브랜드가 세일을 한다 하면 그런 정보들이 다 인스타에 정리돼 올라온다. 인스타 못 하게 되면 이런 정보도 못 얻는 거 아닌가"라고 밝혔다.
B양은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아이돌 덕질을 많이 한다"며 "정보도 다 거기서 얻는데 (SNS를) 못 하게 되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SNS가 기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0대가 애용하는 틱톡에 '학생 출판'이라고 치면 작가를 지망하는 청소년의 영상이 수십 개 뜬다.
펀딩으로 시작해 중3 때 소설 '시한부'를 출판한 백은별(현 고1) 작가는 지난해 8월 틱톡에 영상을 올리며 "많은 분이 중학생인데 어떻게 출판했는지 물어본다"며 "작가 지망생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댓글에는 "언니 덕분에 희망을 가지고 책을 쓰고 있다"('안***'), "언니 원고 쓸 때 무슨 앱 써요? 소설 만들어보고 싶은데 무슨 앱을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새***') 등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SNS가 긴급상황이나 재난 시 구조요청이나 정보 전달의 중요한 기능을 하며, 여기에 남녀노소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들의 입장은 갈린다.
두 아들을 둔 D씨는 "SNS에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요즘 쇼츠같은 걸 생각하면 부정적인 면이 더 큰 것 같다"며 "SNS를 막는 게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고 말했다.
초5 딸을 둔 E씨는 "아이들에게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SNS에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이상한 걸 최대한 막아주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최모 씨는 "지금 큰애가 중학교 다니고 둘째가 초등학교 다닌다"며 "인스타나 유튜브 때문에 다들 그러는 것 같은데 이해는 하지만 규제는 과하고 가정에서 적절히 제어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하면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애들 심리가 하지 말라면 더한다"며 "(SNS를) 하다가 한순간에 막히면 그 욕구가 어디 가겠냐"고 지적했다.
스레드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청소년 SNS 금지를 환영하는 쪽은 "부모 입장에서 대환영. 우리나라 도입 시급"('har***'), "SNS 나오고 청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하던데"('hon***') 등의 댓글을 달았다.
반대 쪽에서는 "부모와 학교가 해결할 일이지 정부가 하는 건 아닌 것 같으네요"('eug***'), "이런 건 부모 선에서 정하는 게 맞다고 봄"('a.a***') 등 공교육과 부모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어른이 애들을 되게 멍청하게 보네. 어차피 뚫어서 볼 겁니다"('seo***'), "이제 텔레그램으로 옮겨가겠지"('lam***') 등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호주는 부모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유튜브, 틱톡, 레딧 등 SNS에 16세 미만 청소년이 계정을 개설하면 해당 플랫폼에 최대 4천950만 호주달러(약 485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각국 정부는 호주 정책의 효과를 주시하며 유사한 규제 도입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달 덴마크 정부는 15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의 SNS 플랫폼 이용 금지 계획을 발표했다. 언제부터 이를 시행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의원은 내년쯤 법 제정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내년부터 16세 미만 아동의 SNS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9월 정책연설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부모라고 굳게 믿는다"며 SNS 사용연령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국내에서는 지난 16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청소년 SNS 이용을 차단한 호주 정책의 국내 도입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토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다만, 이 발언을 두고 방미통위는 "현시점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을 검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법정 대리인의 동의 권한 강화 등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정부 조치에 반발한 비영리 민간단체 '디지털 자유 프로젝트'는 헌법이 보장하는 청소년의 정치적 의사소통 권리를 박탈한다는 이유로 15세 청소년 2명과 함께 지난달 27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도 청소년의 SNS 이용을 차단하는 행위는 청소년의 소통 권리를 침해한다며 호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레딧은 현재 SNS 계정이 없어도 방대한 양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아동의 권리가 제한되는 것에 비해 "피해 감소 효과는 미미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이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시대인 만큼 논의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상식 동국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IT·AI 강국 국가 정책에 몰입하고 있지만 미성년 성장기 아이들이 기술에 어떻게 접근하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 사회에서는 소통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SNS가 소통의 도구라고 볼 수 있지만, 교육적으로 청소년이 사이버 공간에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의 반발심리에 대해서는 교육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오프라인에서 활동하거나 여가 활동을 추천하면서 (자극적인 것에) 몰입하려는 특성이 옅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SNS에서 가짜뉴스가 떠도는 현상 등을 우려하는 경우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다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에 입각해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일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청소년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시대를 고려하면 가짜뉴스 등 좋지 않은 SNS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ju@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