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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동의 부모, 3명 중 1명 정신건강 문제"…일반인보다 3배 이상 높아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부모가 겪는 주요 정신장애 종류와 비율. 정신건강 유병률은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부모가 겪는 주요 정신장애 종류와 비율. 정신건강 유병률은 여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 3명 중 1명은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국내 일반 성인의 정신질환 유병률 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연구 교신저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부모의 정신적 어려움은 단순히 양육 부담에 그치지 않으며, 가족 내 공유될 수 있는 신경 발달적 특성과 연관돼 있어 가족 중심적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복합적인 신경 발달 장애다. 최근 자폐스펙트럼 장애가 개인의 질환을 넘어 가족 공동체 내에서 공유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의 스트레스 원인이 부모의 신경 발달적 특성에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희정 교수팀(송다예 연구원)은 이에 착안해 부모의 정신건강 문제는 자페 아동의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부모의 특성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 232명과 그들의 부모 46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심리학적 평가를 실시했으며, 부모의 정신 건강 증상을 분석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 분석 다변량 통계 분석 기법으로 여러 변수들 간의 관계를 분석해 잠재적인 요인을 추출하는 방법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연구에 참여한 부모 중 29.1%가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수면 문제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는 일반 성인의 정신건강 유병률인 8.5%(2021년 국민건강조사실태) 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자폐 아동의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는 주요 원인이 아이의 행동 문제로부터 기인하지 않고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부모 자신의 광의의 자폐 성향이라는 점이다.

부모의 정신건강과 아동의 자폐적 행동은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지만, 부모의 광의의 자폐 성향 변수를 추가하자 아동의 자폐적 행동의 영향력이 상당히 감소했다. 오히려 부모의 광의의 자폐 성향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높게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자폐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이 겪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이 아동의 증상 문제라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결과다.

광의의 자폐적 성향이란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낮은 흥미 및 개인 활동 선호 ▲변화 보다는 일정한 규칙 선호 ▲대화의 맥락 파악이나 사회 적절한 언어 사용 어려움 등 가족 내 공유되는 신경 발달적 특성이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화용적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언어를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능력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정신건강이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부모는 자폐 아동과의 상호작용에서 비언어적 신호를 이해하거나, 대화의 맥락을 다양하게 살피는 게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고, 이 때문에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신건강 유병률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남성 22.8%, 여성 35.3%로 여성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불안과 우울, PTSD 등에서 유병률이 높았고, 아버지는 중독에서 유병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스트레스 원인도 성별에 따라 달랐다.

아버지는 아동의 공격성이나 충동성 등 외현화 행동에 주로 스트레스를 받은 반면, 어머니는 아동의 우울, 정서 조절의 어려움 등 심리적 문제에서 더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연구팀은 아버지가 주로 아동의 행동 문제를 관리하는 반면, 어머니는 자녀의 감정적 요구나 정서적 안정을 돌보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부모에게 광의의 자폐적 성향이 있는 경우 일반 부모보다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현재 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에게만 집중된 지원 프로그램을 부모에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희정 교수는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 관련 정책과 지원 계획에서 부모 자신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은 너무 간과됐다"며,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아동의 정서·행동 발달에 중요한 만큼, 자폐스펙트럼 장애 지원 계획은 반드시 가족 단위로 이루어져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자폐 및 발달장애 학술지(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에 최근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유희정 교수(왼쪽)와 송다예 연구원
유희정 교수(왼쪽)와 송다예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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