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안전불감증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울산조선소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탓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하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안전불감증과 관리 부실 등에 따른 인재라고 규탄하고 나섰다.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관리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강조하지만,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골자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외 조산사업을 이끄는 선두기업 중 하나다. 기업의'안전관리' 문제는 기업 경쟁력의 양적, 질적 부문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HD현대중공업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정비 중이던 홍범도함(잠수함)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47명의 직원 중 46명은 화재 직후 긴급 대피했지만, 내부에서 근무하던 60대 근로자 1명이 화재 발생 33시간 만에 숨진채 발견됐다. 울산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 고용노동부, 울산지방검찰청 등과 함께 지난 14일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잠수함 공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화재에 따른 내부 시설 손상 등으로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경찰은 국과수에 감식 내용 분석을 의뢰했고, 필요시 추가 감식 진행도 검토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잠수함 내부 작업 과정과 화재 예방 과정 등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등을 살피고, 검찰은 원·하청 간 계약 관계와 안전 책임 범위와 안전장비 지급 여부 등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잠수함 화재에 따른 근로자 사망 사고가 사측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잠수함의 구조적 위험을 방치했고, 밀폐 구역 내 작업은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이런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구조작업 과정도 문제를 삼았다. 잠수함을 비롯해 납축전지 배터리를 취급하는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조차 없어 초기 단계 소화수로 화재 진압을 시도, 전기 쇼트가 발생하는 등 2차 사고 위험이 있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이 일단 사고 직후 공식 사과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지난 11일 이상균 부회장과 금석호 사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고인과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애도와 위로를 전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 정책을 시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고 수습과 피해 지원에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의 안전불감증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울산지검 형사5부가 지난 15일 잠수함 화재사건과 별개로 2024년 말 HD현대미포(현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20대 잠수부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원청인 HD현대미포의 책임 여부를 따지기 위한 보완수사 일환이다. 울산지검은 압수수색을 통해 원·하청 간 계약서와 안전 책임 범위 관련 서류 및 전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검은 사고 이후 2인 1조 작업 수칙 준수 여부, 필수 안전 장비 지급, 안전 관리자 적정 배치 여부 등을 수사해 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반복되는 사고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위험의 외주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0년간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총 34건으로 이 중 22건의 사고로 하청 및 외주업체 소속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며 "하청노동자는 정규직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고강도 노동에 내몰리면서도, 제대로 된 안전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일단 최근 사고 수습과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란 입장이다.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막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책임을 다하겠다고도 밝혔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 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 보완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