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평창 프리뷰]'선두게임' 잘하는 황대헌-'스피드레이서' 임효준, 춘추전국 1500m 접수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2-10 06:37


황대헌.

임효준

쇼트트랙 남자 1500m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 땅을 쳤다. 홈 이점을 안은 안톤 오노의 헐리우드 액션에 세계 최강 김동성이 금메달을 빼앗겼다. 아직도 김동성의 황당한 표정과 억울함에 흘린 눈물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후 후배들이 멋지게 복수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선 안현수(빅토르 안·러시아명), 특히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이정수가 오노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면서 1500m는 자연스레 한국 남자대표팀의 주종목이 됐다. 아쉽게도 2014년 소치 대회에선 샤를 아믈랭(34·캐나다)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 다시 4년이 흘렀다. 대한민국 국민의 시선은 10일 오후 7시부터 강릉 아이스 아레나로 쏠린다.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가 예선부터 결선까지 펼쳐진다.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 나올 수 있는 숨막히는 시간이다. 이 종목에서의 첫 금메달, 그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없다. 수많은 조합을 맞출 수 있는 만능열쇠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금메달 8개로 종합 4위를 바라보는 한국 선수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특히 남자 쇼트트랙대표팀의 부활 여부을 진단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 '노 메달' 충격을 끊어내야 할 순간이다. 또 향후 쇼트트랙 메달 사냥에 있어 원활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1500m 금메달이 꼭 필요하다.



임효준
다만 이번 대회에서 남자 1500m를 표현하는 단어는 '춘추전국시대'다. 지난 9일 결전을 코앞에 둔 김선태 쇼트트랙대표팀 감독은 "월드컵랭킹을 떠나 7~8위권까지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남자 선수들은 엇비슷해서 순위를 예상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그래도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 예상이 혼탁한 무대를 접수하러 나서는 태극전사는 황대헌(19·부흥고)과 임효준(22·한체대)이다.

장점으로 비교하면 둘은 다른 스타일이다. 우선 황대헌은 '선두 게이머'다. 말 그대로 레이스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나가 끝까지 1위로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김 감독의 분석이다. 이 스타일은 강한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대표팀 내에서도 체력이 좋은 편인 황대헌은 지구력으로 끌고나가는 레이스를 즐긴다. 무엇보다 '애늙은이'다. 10대 답지 않게 냉철한 레이스를 펼친다.


임효준은 '승부사' 기질이 타고났다. 빠른 스피드가 없으면 가질 수 없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효준이는 순간스피드나 단거리 쪽으로 좋다"며 엄지를 세웠다. 때문에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끌어도 되고 뒤에서 순발력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전략을 수행하기에 안성맞춤인 자원이다.


황대헌과 임효준은 이들을 넘어야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다섯 명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아믈랭을 비롯해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 우다징(중국), 헝가리의 리우 형제다. 특히 크네흐트는 최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전관왕을 차지하며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우다징은 임효준처럼 스피드가 빨라 막판까지 안심할 수 없는 선수다. 전재수 헝가리 감독의 지도로 급성장한 리우 형제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들이다.

김 감독은 "아믈랭은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하니 비장하게 준비했을 것이다. 크네흐트는 몸 상태도 좋고 경험치 등 모든 것들이 최고조로 올라와 있다. 단거리 쪽에선 중국의 우다징과 헝가리 선수들까지 경계대상"이라고 전했다.

크네흐트는 지난 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과 꽤 오랜 기간 경기를 해보지 않았다. 때문에 올림픽에서 첫 레이스를 치러봐야 한다. 이후 어떤 전략이 최상인지 결정할 것이다. 한국 선수들과의 대결이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