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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다.
12개 팀이 3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 남자 아이스하키는 조 1위 3개 팀과 2위 팀 중 승점이 높은 1개 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직행한다. 8강의 나머지 절반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결정된다. 8강 직행에 실패한 나머지 8개 팀에 조별리그 성적에 따라 시드를 매겨 단판승부를 펼친다. 여기서 승리한 팀이 8강에 오른다. 이런 특이한 포맷 탓에 조별리그에서 2승을 거둔 팀이 8강에 오르지 못하고, 조별리그에서 전패한 팀이 8강에 오르는 희한한 경우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핀란드전이 목표로 한 첫 승리와 동시에 8강행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상대가 역시 만만치 않다. 핀란드는 세계랭킹 4위다. 올림픽 은메달 2번, 동메달 4번에 월드챔피언십 우승도 2번이나 차지한 전통의 강호다. 핀란드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뛰는 선수들 대신 자국리그와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 출신으로 엔트리를 채웠다. 핀란드 리그는 세계 3, 4번째 리그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이번 대회에는 올시즌 NHL 드래프트 전체 3순위에 빛나는 미로 하이스카넨과 역시 1라운드 지명자 일리 톨바넨, 2013년 월드챔피언십 득점왕 출신의 페트리 콘티올라 등이 나섰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지막 경기에서 스웨덴에 1대3으로 패하며 간발의 차이로 8강 자동 진출에 실패했지만,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에 핀란드와 만나 1대4로 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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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도 이들 귀화 선수는 백지선호 선전의 중심으로 활약 중이다. 골리 달튼은 설명이 필요없다. 매경기 경이로운 선방쇼를 펼치고 있다. 체코전에서는 95%, 캐나다전에서는 92%의 선방률을 보였다. 전력이 약한 한국이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이유는 달튼이 후방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라던스키는 체코전에서 조민호가 터뜨린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도왔고, 스위프트와 테스트위드도 1, 2라인을 오가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영과 리건, 플란트의 단단한 수비력도 우리 입장에서는 큰 힘이다. 이들은 '모국' 캐나다를 상대로도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보였다.
핀란드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푸른 눈의 한국인'들이 해줘야 한다. 그들 역시 첫 승리가 간절하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