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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 신예 구분없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탁구대표팀을 이끌겠다."
지난해까지 '현역 최고령' 한국마사회 선수로 활약한 주세혁 남자대표팀 감독은 자타공인 '월드클래스 레전드'다. 2003년 파리 세계탁구선수권 남자단식 은메달리스트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선 유승민 회장, 오상은 전 남자대표팀 감독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엔 이상수, 정영식 등 후배들과 함께 단체전에 나서 에이스로서 세대교체 '징검다리' 역할을 완수했다. 2000년대 이후 15년 넘게 세계 톱10을 유지하며 세계 최고의 공격하는 수비수로 사랑받았다. 세상의 모든 볼을 깎아내는 깊숙한 커트와 묵직한 반전 드라이브 한방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 수비수로는 드물게 남자단식 메달권을 지켜온 주세혁은 중국이 두려워하는 에이스이자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유럽 탁구팬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스타플레이어다. 가장 최근까지 선수로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며 현대탁구 흐름을 꿰뚫고 있고, 데이터 분석 능력이 뛰어나며, 후배들에 대한 이해도와 소통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 지도자로서 최대 강점이다.
주 신임감독은 선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랫동안 꿈꾸던 자리에 오게 됐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자대표팀에서 함께 오래 뛰서 '큰형'처럼 지냈다. 대표팀에 애정도 많고 후배들이 못하면 내 일처럼 안타까웠고, 잘하면 내 일보다 기뻤다. 이 후배 선수들과 다시 만나게 돼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앞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때(남자단체 은메달)보다 더 좋은 성적이 목표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런던올림픽 이후 10년간 '에이스' 이상수, 정영식이 이끌고 톱랭커 장우진, 임종훈이 받쳐온 한국 남자 탁구엔 안재현, 조대성, 박규현 등 재능 넘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 에이스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선수로 30대 후반까지 대표팀에서 흔들림없는 활약을 보여줬던 주 감독은 베테랑 선수와 신예 선수의 동반 성장과 시너지를 기대했다. "베테랑 선수와 신예선수가 똑같은 성적, 똑같은 기량일 때 신예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이유는 발전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베테랑 선수가 체력도 좋고, 훈련양도 더 많고, 더 잘하고, 발전가능성도 많다면 노장과 신예로 굳이 구분지을 이유가 없다"며 나이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하는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올바른 목적을 가진 젊은 선수라면 신예든 노장이든 구분하지 않겠다. 원칙과 규칙에 따라 신예도 노장도 잘 성장하게끔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첫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주 감독은 "중요한 시기, 중요한 자리에 저를 믿고 맡겨주신 유승민 회장님을 비롯, 선후배 탁구인들께 감사드린다"며 고개 숙였다. 30년 넘는 탁구인생, 한결같이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최선의 노력을 통해 반드시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 팬들이 기뻐하실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부담감이 크다. 선수 때도 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그럼에도 도전적인 플레이를 즐기는 건 제가 하는 일은 결코 실패하기 싫다는 승부욕 때문이다. 이미 100%를 하고 있는 선수들, 최고로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들이다. 그 선수들에게 1%를 더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힘들지만, 기꺼이 그 역할을 하겠다. 이 좋은 선수들과 함께 탁구 역사에 남을 좋은 기회가 온다면 꼭 잡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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