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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하고 싶었다" 뇌출혈 극복하고 PBA월드챔피언십 '퍼펙트 큐' 달성한 강승용의 끝없는 도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2-03-22 17:27


2021~2022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첫 '퍼펙트 큐'의 주인공 강승용. 사진제공=PBA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당구선수로 다시 일어서고 싶었다."

인간의 의지는 종종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거대한 시련은 또 다른 큰 발전의 계기가 되곤 한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이런 진리를 직접 증명해낸 인물이 있다. 2021~2022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에서 대회 첫 '퍼펙트 큐'를 달성해 2000만원의 상금을 거머쥔 '인간승리의 아이콘' 강승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선수 생명 뿐만 아니라 목숨에도 큰 위협이 됐던 뇌출혈과의 싸움을 이겨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강승용은 지난 21일 밤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PBA 32강 2일차 경기서 다비드 마르티네스(스페인·크라운해태)를 상대로 2세트 1이닝 째에 무려 한 큐에 15점을 몰아치는 '퍼펙트 큐' 대기록을 달성했다. 시즌 파이널 챔피언십 대회에서 처음으로 나온 대기록이다.

PBA 출범 초기부터 'TS샴푸 퍼펙트 큐'로 특별 지정한 이 기록은 매 투어별 세트제 경기(PBA 128강, LPBA 16강부터)에서 어떤 이닝에서든 가장 처음으로 한 큐에 15점(LPBA 11점, 마지막세트도 포함)을 기록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특별 시상이다. 원래 1000만원의 상금이 걸려 있었는데, 월드챔피언십에서 특별히 상금을 2배 올렸다. 강승용이 이 특별 시상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아쉽게도 강승용은 이런 대기록을 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마르티네스에게 패했다. 첫 세트에서 11-15로 진 강승용은 2세트에서 '퍼펙트 큐' 기록을 앞세워 동률을 만들었지만 3, 4세트를 연이어 내주면서 결국 세트스코어 1대3으로 1패를 떠안게 됐다.


'퍼펙트 큐'를 달성한 뒤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는 강승용. 사진제공=PBA
하지만 이 경기 패배에도 불구하고 강승용의 '인간승리'는 큰 찬사를 받을 만 하다. 원래 강승용은 대한당구연맹 소속의 평범한 3쿠션 선수였다. 하지만 약 4년 전 큰 시련이 찾아왔다. 갑작스러운 뇌출혈 진단을 받은 것. 선수 생활은 커녕 정상적인 삶을 보장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강승용은 포기하지 않았다. 3년간의 긴 투병 생활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낸 강승용은 다시 '선수'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PBA 무대에 뛰어들었다. PBA의 관문은 녹록치 않았다. 첫 시작은 3부 투어. 뇌출혈을 이겨낸 강승용에게 3부 투어 무대는 그저 거쳐가는 관문일 뿐이었다. 2020~2021시즌 '챌린지투어 4차전'에서 8강, 5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체 랭킹 2위로 2021~2022시즌 1부 투어로 직행했다.

이어 시즌 상금랭킹 상위 32명 안에 들어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하게 됐다. 그리고 첫 출전에서 '퍼펙트 큐'를 달성하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 강승용은 "첫 세트가 잘 풀리지 않아 2세트에 장타를 노렸는데 운이 좋았다. 행운의 공이 들어가면서 기회를 잡았고 집중하다 보니 한 큐에 15점을 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강승용은 "연맹 선수로 활동하다가 약 4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3년간 병원에 있었다. 재활을 하면서 당구 선수로서 다시 일어서기 위한 도전 정신으로 PBA 3부투어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아프기 전부터 선수로서 우승에 대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 더 좋은 성적으로 우승도 하고 팀 리그에도 들어가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테이블 위를 힘차게 구르는 공처럼 강승용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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