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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셔틀콕의 봄기운을 보았다.'
성공 비결은 스토리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남자부 밀양시청, 충주시청과 여자부 포천시청, 영동군청 등 변방 지역자치단체 팀들이 4강-결승에 올라 기업체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자체팀은 재정 여건상 객관적 전력이 약하기 때문에 기업체팀의 득세에 밀리기 일쑤인 게 현실. 그런 '언더독'들이 농구로 치면 농구대잔치같은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랐으니 '희망'과 '이변의 재미'를 안겨준 것이다.
요넥스(남자부)와 삼성생명(여자부)의 우승 스토리도 제법 드라마틱하다. 삼성생명은 국가대표 에이스 안세영(20)이 전영오픈에 출전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귀국하지 못하는 악재를 만났다.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김나영(27)을 대체 투입했는데 위닝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9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요넥스는 박용제 감독을 새로 영입한 뒤 고졸 '괴물신인' 진 용(19)과 '레전드' 이용대(34)가 한솥밥을 먹는 '밑그림'을 그리자마자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큰그림'을 완성했다. 오랜 기간 야인으로 있던 박 감독이 힘겹게 재기해 삼성전기 시절 제자 이용대와 다시 만나 곧바로 우승을 합작한 것도 회자될 만한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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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반응은 SNS를 통해서 더 뜨거웠다. 연맹은 이번 대회를 스포츠 전문 채널뿐 아니라 온라인 생중계 등을 통해 계속 노출하는 홍보 전략을 썼다. 단식 스타 허광희를 지도하고 있는 정훈민 감독은 "도쿄올림픽에서 세계 1위를 격파했던 허광희가 SNS 친구요청 등 반응이 도쿄올림픽보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훨씬 많아서 놀랐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선수들끼리 팬 사인회 뒷이야기 등 숨은 에피소드를 SNS에 올리는 것도 유행했는데 이 역시 팬들 사이에서 '대박'을 쳤다고 한다.
이처럼 첫 대회부터 관심몰이에 성공하자 주변의 '성원'도 답지하고 있다. 메인 스폰서를 맡은 DB그룹은 대회 성공에 고무돼 앞으로 다년간 대회를 후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대회를 유치한 남양주시는 코리아리그를 고정 개최키로 하는가 하면 지역 협회에서는 신생팀 창단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화성시청 등 다른 지자체팀들도 이번 대회를 대회를 계기로 운영예산과 선수 정원을 확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수 연맹 회장은 "꿈나무와 대학 선수들이 이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 내년에는 꿈나무와 대학리그 '왕중왕전'을 특별경기로 함께 치를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첫 대회 치렀을 뿐인데, 얻은 게 많은 코리아리그가 '셔틀콕의 봄'을 앞당기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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