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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배드민턴코리아리그 긍정효과 쏠쏠하네...'폭소인터뷰'+'댄스파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2-03-28 17:25 | 최종수정 2022-03-29 07:00


배드민턴 코리아리그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삼성생명 선수들이 우승 시상식에 앞서 댄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셔틀콕의 봄기운을 보았다.'

'2022 DB그룹 배드민턴 코리아리그'가 2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코리아리그는 세미 프로리그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올해 처음 출범한 대회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3주일간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대회를 마쳤다. 대회를 주최한 한국실업배드민턴연맹은 사무국 직원이 3명에 불과하다. '일손'이 달려 차윤숙 포천시청 감독, 정훈민 삼성생명 감독, 김민호 김천대 감독, 이덕준 군산대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이 대회 운영 요원을 겸할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작은 힘'으로 '큰 일'을 해낸 셈이다.

성공 비결은 스토리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남자부 밀양시청, 충주시청과 여자부 포천시청, 영동군청 등 변방 지역자치단체 팀들이 4강-결승에 올라 기업체팀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자체팀은 재정 여건상 객관적 전력이 약하기 때문에 기업체팀의 득세에 밀리기 일쑤인 게 현실. 그런 '언더독'들이 농구로 치면 농구대잔치같은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랐으니 '희망'과 '이변의 재미'를 안겨준 것이다.

요넥스(남자부)와 삼성생명(여자부)의 우승 스토리도 제법 드라마틱하다. 삼성생명은 국가대표 에이스 안세영(20)이 전영오픈에 출전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귀국하지 못하는 악재를 만났다. '혹시나'하는 심정으로 김나영(27)을 대체 투입했는데 위닝게임의 주인공이 됐다. 9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오른 요넥스는 박용제 감독을 새로 영입한 뒤 고졸 '괴물신인' 진 용(19)과 '레전드' 이용대(34)가 한솥밥을 먹는 '밑그림'을 그리자마자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큰그림'을 완성했다. 오랜 기간 야인으로 있던 박 감독이 힘겹게 재기해 삼성전기 시절 제자 이용대와 다시 만나 곧바로 우승을 합작한 것도 회자될 만한 스토리다.

한데 배드민턴 팬들을 더욱 흥미롭게 한 '즐길거리'는 따로 있었다. "오호, 대박. 내 질문을 받아줬어" "언제 댄스도 준비했대?" 27일 남양주체육문화센터에서 남자부 결승전이 끝난 뒤 관중석에서 터져나온 감탄사다. 이날 결승전은 코트의 긴장감도 잠시, 관중과 선수가 한데 어울려 폭소와 박수가 끊이지 않는 '팬미팅'같았다. 연맹이 코로나19 무관중 시대를 보내느라 아쉬움이 컸을 팬과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기 위해 국내 대회 처음으로 팬 이벤트를 매경기 실험적으로 도입했는데 반응이 대성공이었다.


이용대가 장수영 실업배드민턴연맹 이사와 함께 팬 서비스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양주=최만식 기자

결승전을 마친 뒤 팬 사인회를 하고 있는 이용대. 남양주=최만식 기자
결승전이 끝난 뒤 진행된 인터뷰는 사회자와 선수가 하는 게 아니라 관중 참여형이었다. 즉석에서 관중이 질문을 하면 지명된 선수가 대답하는 방식. 때론 짓궂고, 난처한 질문이 쏟아져야 폭소 데시벨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여자부 삼성생명 선수들은 순순히 우승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장기자랑(댄스)으로 관중의 '오케이 박수'를 받는 게 필수 관문이었다. MZ세대인 선수들은 언제 준비했는지 최신 댄스곡에 맞춰 '칼군무'를 선보였다. 팬들에게 경기보다 더 흥미로운 시간들이었다. 연맹은 "배드민턴 인기가 높은 중국, 유럽의 큰 대회에서 하는 걸 벤치마킹했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다. 고정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의 반응은 SNS를 통해서 더 뜨거웠다. 연맹은 이번 대회를 스포츠 전문 채널뿐 아니라 온라인 생중계 등을 통해 계속 노출하는 홍보 전략을 썼다. 단식 스타 허광희를 지도하고 있는 정훈민 감독은 "도쿄올림픽에서 세계 1위를 격파했던 허광희가 SNS 친구요청 등 반응이 도쿄올림픽보다 이번 대회를 치르는 동안 훨씬 많아서 놀랐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선수들끼리 팬 사인회 뒷이야기 등 숨은 에피소드를 SNS에 올리는 것도 유행했는데 이 역시 팬들 사이에서 '대박'을 쳤다고 한다.


이처럼 첫 대회부터 관심몰이에 성공하자 주변의 '성원'도 답지하고 있다. 메인 스폰서를 맡은 DB그룹은 대회 성공에 고무돼 앞으로 다년간 대회를 후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대회를 유치한 남양주시는 코리아리그를 고정 개최키로 하는가 하면 지역 협회에서는 신생팀 창단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화성시청 등 다른 지자체팀들도 이번 대회를 대회를 계기로 운영예산과 선수 정원을 확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수 연맹 회장은 "꿈나무와 대학 선수들이 이런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 내년에는 꿈나무와 대학리그 '왕중왕전'을 특별경기로 함께 치를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이제 첫 대회 치렀을 뿐인데, 얻은 게 많은 코리아리그가 '셔틀콕의 봄'을 앞당기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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