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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최근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은 의미있는 결실을 이뤄냈다. 에이스 안세영(20·삼성생명)이 '2022 말레이시아 마스터즈 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자단식에서 정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중국의 숙적 천위페이를 마침내 뛰어넘은 것. 이 승리 덕분에 세계랭킹도 안세영은 4위→3위, 천위페이는 3위→4위로 자리바꿈했다.
공교롭게도 국내 여자단식 1인자였던 성지현(31)이 4월 대표팀 코치로 데뷔한 뒤 만들어진 최고의 성과다. 안세영의 눈물겨운 '천적 극복'에 든든한 조력자였던 성 코치가 그 비결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성 코치는 중국 맞춤형 스피드 강화 훈련을 먼저 꼽았다. 안세영뿐 아니라 여자단식 선수 모두에게 적용하는 훈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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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코치는 "항상 스피드를 강조했을 뿐, 전체 훈련 프로그램의 일부분이라 녹초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당하는' 선수 입장에선 '지옥훈련'같았을 법하다. 그래도 안세영은 이번 천위페이와의 경기에서 한층 공격적인 플레이로 효과를 봤다.
성 코치는 안세영 등 선수들과의 대화법에도 지도철학을 담았다.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다. 같은 의미라도 '이렇게 하지마', '안돼'보다 '이렇게 되었으니 다음엔 저렇게 해보자', '이걸 시도해보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대화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말 한 마디에 나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했다는 것.
경쟁 선수의 영상 분석도 성 코치에겐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적'의 단점 분석을 통한 공략법을 찾는데서 나아가 그들의 장점을 우리 선수에게 벤치마킹하는데 활용한단다.
성 코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다음 목표를 정했다. 세계 9위지만 안세영에게 4전 전패를 안긴 허빙자오(중국)를 넘는 것이다. "앞으로 천위페이를 더 이기는 등 우리가 중국에 약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천위페이를 넘은 뒤 둘은 어떻게 감격을 나눴을까. 성 코치는 "세영이가 그냥 '감사하다'고 하더라. 나도 그냥 '고생했다'고 했다"며 웃었다.
다음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큰언니-막내뻘 사제지간의 '꽁냥꽁냥' 분위기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