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10일 오전 6시40분, 경기도 화성시 동탄국제고 운동장, 흰 도복을 입은 1학년 남녀 학생들이 졸린 눈을 비비며 삼삼오오 모습을 드러냈다. 태권도 전문 사범 4명의 지도에 따라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모닝 태권도'가 시작됐다. "태극 1장, 시~작!" 절도 있는 품새 시범을 따라, 주먹을 지르며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아이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오전 7시30분,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기숙사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얼굴이 아침햇살처럼 환했다. '경기도 명문' 동탄국제고가 2011년 개교 이후 13년째 이어온 '모닝 태권도'의 풍경이다.
|
|
|
|
동탄국제고는 1학년 200명 학생 전원이 '1년에 100시간' 아침 태권도를 배운다. 11월 승급심사를 통과하면 전교생이 유단자가 된다. 2학년부턴 필라테스, 둘레길 걷기, 헬스 중 원하는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 이날도 태권도가 한창인 운동장 트랙에서 노트를 펴들고 산책하는 2학년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
|
2021년부터 3년째 동탄국제고 학생들을 지도해온 곽현성 사범은 "아이들이 아침 태권도 수업을 통해 밝아지고 건강해지는 모습이 뿌듯하다"면서 "태권도를 아침마다 하다보니 체력적으로 강해져서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 귀띔했다. "입학할 때 태권도가 난생 처음인 아이들이 절반이지만 아침 태권도 수업을 잘 따라오기만 하면 11월 승급심사에서 200명 대부분 다 유단자가 된다"고 했다. "심신이 건강하면 자신감이 절로 생긴다. 이 아이들이 자신감 넘치는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 장차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침 태권도를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며 웃었다.
|
|
|
|
동탄국제고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전국 국제고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인기 높은 학교다. 올해 3월 동탄국제고에 부임한 박윤희 교장은 "경기과학고, 수원외고 등 특목고에서 오래 근무해왔는데 대부분 아침운동을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 체력을 키우고 예의범절도 배우고 공부뿐 아니라 인성 측면에서 큰 도움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침 태권도' 전통을 13년째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우리 학교는 글로벌 리더가 될 학생들을 '지덕체'를 두루 갖춘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
|
|
최윤호 동탄국제고 체육부장도 "우리 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60~70%가 국제기구에서 일하거나 국제변호사 등 글로벌 인재의 꿈을 갖고 있다"면서 "'국기'인 태권도가 교육적으로 아이들에게 투영되고 우리 것을 새기면서 국제적 감각도 갖춘 인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프로그램을 개교 이래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동탄국제고는 공립학교다. 공교육의 역할이 있다. 지식뿐 아니라 체력, 감성, 인성을 두루 갖춘 국가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공교육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더는 나오지 않도록 공립학교부터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의 실력, 체력, 감성, 인성을 함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조호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코로나 이후 중고생들의 신체활동이 주당 155분 감소했고, 지난해 교육부의 학생건강 체력평가 결과, 전체 5등급 중 하위 4~5등급을 받은 저체력 학생이 2019년 12.2%에서 2021년에 17.7%로 늘었다"면서 "아침운동 활성화를 통해 체력도 올라가고, 친구관계, 사회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19일까지 도내 초중고 학생, 교직원을 대상으로 '등굣길 아침운동'의 새 이름을 비롯 '학교스포츠클럽 표어' '학교스포츠클럽, 아침운동 모범사례' 공모전도 진행중이다.
조 장학사는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의 학교체육을 챙겨야할 이유에 대해 "부모의 마음"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체육이 많이 힘들었다. 나도 부모다. 부모의 마음에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어떻게 챙겨줄까. 어떻게 건강한 습관을 갖게 하고 체력 관리를 해줘야 할까'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이 아이들이 평생 함께할 좋은 운동 습관을 키워주는 건 교사의 책무이자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화성=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