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이었다. 기자가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 한 외국교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던 것이 문뜩 생각났다. "로저 페데러보다 안드레 아가시의 팬들이 훨씬 많은 이유를 알고 있어? 아가시는 역동적인 세리머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야. 페데러는 기계같아." 당시 페데러는 세계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 천하무적이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237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지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마치 기계같았다. 점수를 따도, 우승을 해도, 때로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포커페이스의 일인자였다. 반면 아가시는 당시 노장이었다.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그래도 아가시의 팬 서비스는 슈퍼스타급이었다. 경기마다 화려한 세리머니로 팬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았다.
2006년에도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해 3개 그랜드 슬램 석권을 달성했다. 그러나 프랑스오픈 때마다 유독 운이 따르지 않았다. 프랑스 클레이코트를 정복한 것은 2009년이었다. 드디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4개 메이저대회 석권)을 달성하게 됐다.
하지만 2010년 호주오픈 우승을 마지막으로 페데러는 내리막에 접어든 모습이 역력했다. 나달(스페인)과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경쟁자들에게 밀리면서 예전처럼 압도적인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만 30세를 넘기고부터는 사실상 퇴물이 되는 듯했다. 30대에 접어든 뒤 내리막 길을 걸은 존 매켄로, 비욘 보리, 이반 렌들, 보리스 베커 등 전설적인 선수들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
두마리 토끼를 잡은 페데러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2010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세계 1위에 복귀하면서 개인 통산 1위를 지킨 기간이 286주로 샘프러스와 함께 최장 기간을 기록하게 됐다.
17번째 메이저 우승컵을 받아든 페더러는 "기분이 좋다. 마치 내 품에서 (트로피를) 떠나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여러 번 우승을 해봤지만 메이저 대회, 특히 윔블던은 아주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