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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다. 마지막 한발을 쏜 강초현은 눈물을 흘렸다. 실수였다. 손에 잡은 듯 보였던 금메달이 은메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때다. 체조 여홍철은 독보적인 위치였다. 금메달을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갔다. 하지만 2차 시기, 착지에서 큰 실수를 했다. 은메달. 고개를 푹 숙였다. 눈물도 보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다. 덴마크와 연장 혈투를 치른 결승전. '우생순'의 주인공,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사력을 다했다. 우리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그들을 상대로 뛰고 또 뛰었다. 전국민은 손에 땀을 쥐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끝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이다. 당연하다. 금메달을 바라보며 기약없는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그들이니 그럴만 하다.
한 선수는 "금메달을 놓쳐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죄송'? 생각을 해본다. 그들이 뭘 잘못했길래 죄송한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그렇게 만든 건 우리들이다. 기대가 그들을 '죄인'처럼 만들었다. 금색이 아닌 메달은 메달이 아닌 듯 여긴 게 우리들이다. 오죽하면 외국의 언론이 은메달을 따고도 침울해 있는 한국선수들을 보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전했을까.
금메달이 선수들의 목표인 건 분명하다. 세계 최고를 꿈꾼다. 그리고 그동안의 우리는 1등만을 기억했다.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잊은 게 있다. 그들의 땀과 노력, 과정과 열정, 그리고 도전의 고귀함을 잊었다.
그동안 태극전사들은 극한의 훈련을 이겨냈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아마 태극기가 가슴에 있지 않았다면 주저 앉았을 것이다. 그 힘든 시간을 겪었다.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밤잠을 설치는 선수도 있다. "금메달을 놓치고 엉엉 우는 꿈을 꾸다 울면서 깼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문 유도 73㎏급의 왕기춘(24·포항시청)의 말이다. 물론 그만큼 금메달이 간절하다. 왕기춘의 꿈이다.
그 꿈에 대한 도전에 더 큰 의의를 두었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줄 때가 됐다. 그동안 우리는 태극전사들에게 너무 혹독했다.
런던올림픽이 막을 올린다. 17일 동안 또 한번의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된다. 승자의 환희, 패자의 눈물에 세계는 박수치고 가슴 아파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그들 모두 박수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아니 차고도 넘친다. 도전과 땀방울 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시상대의 강초현의 미소는 해맑았다. '우생순'을 보며 우리는 금메달보다 더 벅찬 감동을 받았다. 더 이상 고개를 떨구지 말자. 미안해하지도 말자. 대한민국은 태극전사들의 땀방울을 응원한다. 도전이 금메달이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금메달 68개, 응메달 74개, 동메달 73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