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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관계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는 취재진들이다. 전세계 각지에서 2만1000여 명의 취재진들이 런던으로 왔다. 1만 500여명의 선수단보다 2배 가량 많다. 이들은 전세계 65억 인류를 대신해 현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취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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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요한 경기를 앞두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의 전술이나 선수들의 상태 등 고급 정보를 은근히 캐묻는 경우가 있다. 취재진들도 이 때만큼은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인다. 최대한 우리의 것은 적게 주고 상대방의 것을 많이 뺐어오겠다는 것이 목표다.
은근한 신경전
나라마다 취재진들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다르다. 한국이나 일본, 영국이나 서유럽 등은 대체로 근엄하다.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이나 골을 넣을 때 좀처럼 환호하는 법이 없다. 반면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와 중국 취재진들은 감정 표현에 거리낌이 없다.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는 것은 기본이다. 응원가를 흥얼대기도 한다. 이럴 때 취재진들 사이에서 은근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9일 새벽(한국시각) 런던 엑셀에서 열린 펜싱 여자 플러레 개인전이었다. 온통 이탈리아 판이었다. 4강에 3명의 이탈리아 선수가 올랐다. 한국의 남현희만이 이탈리아 선수들의 틈바구니 아래 홀로 있었다.
경기 중 이탈리아 관중들의 응원은 대단했다. 그런데 취재석에 있는 이탈리아 취재진들마저 응원에 동참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포인트를 올릴 때마다 야단법석을 떨었다. 박수를 치고 환호는 기본이었다. 책상을 치면서 다른 취재진들을 방해하는 이도 있었다. 남현희가 포인트를 따면 두손을 모으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특유의 억울한 제스처를 취했다. 눈에 거슬렸다. 이쯤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한국 취재진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남현희가 포인트를 따면 크게 박수를 치거나 '나이스'를 외쳤다. 취재진들간 대화를 할 때 일부러 '이탈리아'라는 단어를 크게 말하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다. 경기가 끝나면 결과에 관계없이 옆에 앉은 취재진들과 악수를 나눈다. "굿 게임, 콩그레츄레이션"이라며 덕담이 오간다. 물론 진심인지는 알기 어렵다.
런던=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