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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런던올림픽 대회는 개막식을 치루고 이제 겨우 이틀이란 일정을 보냈지만,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실격과 번복이란 황당한 상황을 겪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정말 값진 은메달을 따낸 마린보이 박태환선수가 눈물 속 인터뷰에서 밝혔던 것처럼, 우리나라 국민들도 박태환선수마냥 롤러코스터를 타는 심정으로 대한민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한경기, 한경기 가슴을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런던올림픽 대회 첫날, 박태환선수와 남현희선수가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면, 유도의 조준호선수와 정훈감독의 눈물은 가슴을 울렸다. 남자 유도 66kg에 출전했던 조준호선수는 8강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선수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거두었지만, 스페인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결과가 뒤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맞았다. 유도 역사상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촌극이 벌어져, 주요 외신들도 비판하고 나섰고, 심지어 상대방이었던 에비누마 마사시선수 경기를 모두 마친 후, 조준호선수의 승리가 맞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이 사건을 알기 쉽게 정리해 준 선수가 바로 한국유도 73kg의 간판스타 왕간지 왕기춘선수이다. 경기를 본 왕기춘선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도를 17년 하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동네시합도 아니고 올림픽이란 무대에서 저런 개같은 경우가 일어났다. 배심원이 하란대로 할 거면 심판이 왜 필요 있지? 기대되는 구나 내일 내 시합.. 어떤 바보 같은 심판이 들어올지"라며, 당시 이의를 제기한 심판위원장과 판정을 번복하며 무식의 극치를 보여준 3인의 심판을 향해 거침없는 직격탄을 날렸다.
그 순간이 더욱 감동적인 건, 동메달을 딴 조준호선수를 끌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던 정훈감독때문이었다. 정훈감독이 누구인가. 과거 유도 71Kg체급에서 우리나라 간판선수로 활약했었고 올림픽을 비롯한 각종세계대회에서 수차례 메달을 따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그래서 정훈감독은 조준호선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아버지처럼, 친구처럼 옆에서 함께 눈물을 흘려주며, 국민을 대신해 조준호선수의 슬픔은 나누고 기쁨은 더해주었다.
국민 모두가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메달은 상관없으니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답인 그 말이 선수들에게는 어쩌면 실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대한민국선수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매경기, 매순간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에 나가려면, 국가대항전부터 자국내 예선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과정을 거쳐 올림픽에 선발되는데, 본 게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실수를 하거나 실력 차를 극복하지 못해서 질 수는 있어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결과만을 놓고 열심히 혹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식의 비판은 절대 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순간의 아쉬움과 격려속에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피땀 흘린 과정과 노력을 어떤 형태로든 보상받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선수단의 모든 경기에 국민들의 진심 어린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맞다. 각본이 없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결과에 앞서 과정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런데 이번 2012 런던올림픽에는 작가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박태환선수와 조준호선수가 작가들의 장난질에 상처를 크게 입었다. 그럼에도 포기를 모르는 그들은 국민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한 여름에 소나기같았던 그들과 경기를 이어나갈 대한민국 선수단 모두의 땀과 눈물이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기를...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