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꿈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억울하고 답답할 뿐 한번 내려진 결정이 바뀌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런던올림픽 초반 한국선수단을 장악한 키워드는 '메달'이 아닌 '오심'이다. 대회 첫날 수영자유형 400m의 박태환, 둘째날 유도 66kg급 조준호, 셋째날 펜싱 에페 종목의 신아람… 약속이라도 한듯 하루에 한번씩 일어나는 안타까운 사건 속에 선수들은 울었다. 팬들은 격하게 흥분했다. 대한민국을 울린 3번의 오심은 종목도 케이스도 다르지만 결과 역시 달랐다. 박태환의 실격 판정은 유일하게 번복됐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은 건 무려 25년만이라고 했다. 수영의 오심은 번복됐지만 유도, 펜싱은 바뀌어지지 않았다. 무엇이 어떻게 달랐던 걸까?
그러나 박태환 측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미 방송사와 자체 비디오를 통해 박태환의 동작에 문제가 없음을 확신했다. FINA측에 즉각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아쿠아틱센터에서 FINA 제소위원회(Jury of appeal)가 소집됐다. 어깨가 움직인 부분의 고의성 여부가 판단의 핵심이었다. FINA 기술위원회의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고의성이 없는 호흡 중에도 나올 수 있는 동작으로 인지했다. 대한수영연맹 회장인 이기흥 한국선수단장은 "이의 제기 과정이 신속했고, 내용 면에서 빈틈 없었다. 또 다른 종목과는 달리 메달이 결정된 결승전이 아닌 예선에서 일어난 오심이었기 때문에 번복이 상대적으로 쉬웠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대한체육회 "유도는 오심 아니다"
펜싱, 오심은 인정해도 번복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긴 1초였다. 어릴 때 즐겨보던 만화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시간이 그냥 멈춰버렸다. 31일 여자에페 4강전 5-5 상황, 마지막 1초를 남기고 독일의 하이데만은 무려 3번의 공격을 시도했고, 신아람은 보기좋게 막아냈다. 눈 깜빡할 시간인 1초는 영겁처럼 길었다. 결국 상대의 마지막 4번째 공격이 성공하자 그제서야 기다렸다는 듯 버저가 울렸다. 역전패였다. 정상적인 1초가 지나갔다면 어드밴티지를 얻은 신아람의 승리였다. 은메달을 뺏긴 신아람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1시간동안 피스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국제펜싱연맹은 0.01초까지 잡아내지 못하는 계측 시스템 상의 문제를 인정했다. 심판의 스타트 신호 이후 수동으로 진행되는 타임키핑 기술자의 자의성이 개입할 여지도 시인했다. "마지막 1초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당황스러워 했다. 향후 개선도 약속했다. 그러나 심판 판정 번복만큼은 불가능했다. 이미 경기는 속행됐고, 메달리스트가 모두 결정된 상황, 국제펜싱연맹이 대한체육회 박용성 회장과의 미팅에서 타협점을 내놨다. 신아람의 페어플레이, 올림픽정신을 기리며 올림픽 기간중 '특별상'을 수상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은메달은 놓쳤지만 명예를 되찾았으니 더 이상의 이의제기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용성 회장은 "우리는 현실적"이라고 했다. "아테네올림픽 체조 양태영 오심 사건 당시 CASS까지 소송을 진행하면서 2억원을 날렸다"고 했다. 심판 권익 보호에 절대적인 CASS에서 오심이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펜싱에서도 끝까지 싸우는 것보다 선수의 명예를 회복하는 선에서 끝내는 것이 선수단 전체 분위기나 현실적으로 옳다"고 봤다. 이기흥 단장 역시 "심판 판정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성숙한 국민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