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의 질주, 이대로 멈춰서나?'
지난 2010년 시작돼 지난 10월까지 4번 열렸던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2016년까지 7차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최권료 인하 문제로 F1 조직위원회를 맡고 있는 전라남도와 F1 주최측인 FOM(포뮬러원매니지먼트)이 갈등을 빚으면서 당초 내년 대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했다. 또 FOM이 매년 10월 열리던 한국 대회를 일방적으로 4월로 앞당겼고, 이를 발판으로 개최권료를 더 깎으려는 조직위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결국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천문학적인 누적 적자로 인해 내후년 이후 개최를 재개할 수 있을지의 여부도 확실치 않아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자칫 '계륵' 신세가 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F1 경주장 건설에 3500억원 이상이 소요됐고, 개최권료로만 한 해 500억원 가까이 드는데 이는 전남도라는 하나의 지방정부 혼자서 감당하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다.
F1을 국가적인 이벤트로 여는 다른 나라의 예를 들며 전남도는 끊임없이 중앙 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다른 대회와의 형평성을 제기하며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전남도에선 야당 지역 홀대라는 불만이 나올 법도 했다. 또 한국에선 F1이 여전히 낯선 스포츠인데다, 한국팀이나 드라이버가 없는 '그들만의 잔치'였기에 아직 F1을 개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여론도 끊이지 않았다. 전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임에도 불구, 국내 자동차 기업들조차 모터스포츠 투자에 인색할 정도이니 다른 기업들의 F1에 대한 관심을 기대하기는 애시당초 쉽지 않았다. LG전자가 그나마 유럽 지역 마케팅을 위해 지난 5년간 글로벌 스폰서로 나섰지만, 이마저도 올해를 끝으로 접기로 하면서 한국과 F1의 관계는 내년에 끊어지게 됐다.
지역적인 문제도 한 몫 했다. 수도권에서 KTX를 이용해도 4시간 가까이 걸리는 전남 영암에 경주장이 들어서면서, 관중 동원뿐 아니라 기업 마케팅에 한계점이 노출됐다. 물리적인 거리는 심리적 부담감이 됐다.
어쨌든 4년간 누적 적자만 1910억원에 이르는 조직위는 '개최 포기'라는 배수진을 치고 FOM과 협상을 벌여 당초 개최권료에서 40% 깎은 2700만달러(286억원)로 합의, 올해 대회를 치러냈지만 내년에는 이를 2000만달러로 더 낮춰달라고 하자 FOM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FOM에서도 유럽에서의 F1 인기가 예전같지 않아 아시아로 개최지를 확대하면서 5대 자동차 생산국인 한국이 매력적인 곳으로 떠올랐지만, 예상보다 F1의 인기가 좀처럼 불붙지 않는데다 조직위의 지속적인 개최권료 인하 요구, 여기에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여전히 F1 투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러시아가 내년 2월 소치동계올림픽 이후 이 시설을 활용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러시아 그랑프리를 후원하고 나섰고, 오스트리아가 F1 최고의 팀이자 자국기업인 레드불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F1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는 등 2개국이 내년에 추가되면서 '말썽'많은 한국은 더 이상 배려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 F1 유치부터 시작해 4년간 이를 밀어붙였던 조직위원장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3선 제한으로 인해 내년 6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일찌감치 박 지사의 레임덕이 시작되면서 전남도의회는 올해 적자 규모를 무조건 150억원으로 맞추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했고, 최근 의회는 내년 예산 지원을 보류하기까지 했다.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개최지에서조차 돈 문제로 지원을 거부하면서 F1은 갈 곳을 잃고 말았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이제 어디로?
관심사는 F1 코리아 그랑프리의 향후 행보다. 일각에서는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내년 대회를 건너뛰면서 충분히 시간을 확보, 2015년 더욱 알차게 치를 수 있기에 오히려 전화위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내후년부터 다시 개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제적인 신인도 하락은 물론 협상력에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박 지사 이후 전남도를 맡을 차기 도지사가 여러 부담감을 이겨내고 F1을 계속 치러낼 의지나 능력이 있을지도 아직 모른다. 박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월에 개최한다면 짧은 대회 준비, 마케팅의 어려움, 개최권료 인하 협상 불발 등 어려움이 있어 한 해 쉬기로 했다"며 "대회 개최를 통한 경주장 주변 차부품 고급브랜드화 연구개발사업, 튜닝사업 지원시스템 등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기 유력한 도지사 후보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한 해동안 F1의 적자개선 가능성과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파악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어쨌든 F1이 완전히 중단된다면 애써 싹을 틔운 국내 모터스포츠 인기도 금세 사그라들 것은 뻔하다. 향후 FOM과의 법적 소송이 일어날 수 있고,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도 문제가 된다. 현재 국내외 자동차 기업과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 동호회 대여 등으로 연간 200여일 이상 쓰이고 있는 훌륭한 인프라이기는 하지만 F1이 국내 모터스포츠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활용도는 떨어지게 된다. 경주장을 중심으로 추진중이던 자동차 부품과 튜닝산업 유치도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다. 40여명이나 되는 조직위를 해체해야 할지 아니면 내후년 대회를 위해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도 변수다.
비록 F1이 많은 적자를 냈음에도 불구, 국가와 지역 브랜드를 제고한 것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관련산업의 발전과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어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은 모터스포츠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다. F1을 전국가적인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는 국가도 많다.
어쨌든 F1이 내는 굉음이 적어도 내년에는 이 땅에서 울리지 않게 됐다. 개최를 했을 때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 여전히 부정적인 문제가 계속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모터스포츠는 기로에 서게 됐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