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말리는 얼음판 레이스 후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하는 한일 스케이터의 우정은 감동이었다.
지난 4년간 준비해온 37초33의 레이스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는 '올림픽 3연속 메달리스트'이상화를 향해 고다이라가 다가와 위로와 존경의 말을 전했다. 태극기, 일장기를 어깨에 나란히 멘 채 링크를 도는 장면은 찡했다. 기자회견에서 고다이라는 "저는 상화선수에게 '잘했어!'라고 한국어로 말해줬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상화선수에게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부담감을 이기고 꾸준한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상화를 계속 우러러 볼 것이라고 이야기해줬다"고 전했다. 이상화는 "선수랑 오래전부터 함께했다. 나오는 소치올림픽 때도 그렇고 내가 어떤 메달을 따든 간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줬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나오가 500m뿐 아니라 1500, 1000m를 모두 탄 부분도 리스펙트한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얼음판에서 지난 2년간 한치 양보없는 철의 레이스를 펼친 세계 정상의 한일 여성 스케이터들이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축하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이상화는 4년 전 둘이 나눈 이야기도 공개했다. 이상화가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에 성공하고, 고다이라는 5위를 기록했던 때다. "나오와 소치올림픽 직후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오가 '평창에서는 네가 1등하고 내가 2등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1등 네가 하고 내가 2등할게' 농담했는데 정말 말처럼 2등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일본을 넘나든 이들의 따뜻한 우정은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평소에도 한국 일본을 오가는 택배 선물을 보내며 서로를 살뜰히 챙겨왔다. 이상화는 "저희는 추억이 많다. 누가 잘탔든 못탔든 격려를 서로 많이 해줬다. 나오는 내게 남다른 스케이터"라면서 "내가 일본에 가면 좋아하는 선물을 많이 해준다. 일본 식품을 좋아하는데 나오가 택배로 자주 보내준다. 나는 한국 식품을 보내준다. 그런 추억이 많다"고 했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경쟁해보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 고다이라가 한국어로 "몰라요"라고 즉답하자 현장에선 웃음이 터졌다. 이상화가 대신 답했다. "평창올림픽 끝나고 베이징까지 갈 거냐는 이야기를 고다이라와 나눈 적이 있다. '나오는 제가 하면 하겠다'고 했다. 그땐 정말 재밌게 넘겼는데 질문이 나왔다"며 웃었다. "일단 올림픽 끝났으니 제대로 쉬고 싶다"는 말에 고다이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