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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부활 프로젝트②]타워팰리스 아래 구룡중, '학교체육 1번지' 행복한 체육시간의 비결

서울 구룡중 학생들이 지난달 24일 친환경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킨볼' 체육수업 후 환한 표정으로 오정훈 교장, 이광희 체육교사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점수 차가 크지 않고 번갈아 볼을 치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킨볼은 남녀 학생 모두 좋아하는 종목 중 하나다. 구룡중은 정규수업과 연계한 킨볼 런치리그도 진행중이다. 사진=전영지 기자
서울 구룡중 학생들이 지난달 24일 친환경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킨볼' 체육수업 후 환한 표정으로 오정훈 교장, 이광희 체육교사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점수 차가 크지 않고 번갈아 볼을 치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킨볼은 남녀 학생 모두 좋아하는 종목 중 하나다. 구룡중은 정규수업과 연계한 킨볼 런치리그도 진행중이다. 사진=전영지 기자
점심시간 구룡중 운동장은 시끌벅적하다. 구룡중1학년들의 '발야구' 런치리그.
점심시간 구룡중 운동장은 시끌벅적하다. 구룡중1학년들의 '발야구' 런치리그.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학교체육의 중요성…, 우리 아이들 표정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10대에게 학교체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이광희 구룡중 체육교사가 대답 대신 운동장의 여학생들을 가리켰다.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 아래 자리잡은 구룡중의 점심시간, 남녀 학생들로 가득 찬 봄날의 운동장.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마다 햇살 같은 미소가 넘쳐났다. 운동장 한켠에선 1학년 '발야구' 런치리그가 한창이었다. 다른 한켠에선 2학년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배구 훈련을 하고, 또 한켠에선 남학생들의 농구 슈팅 배틀이 펼쳐졌다. 친환경 인조잔디 운동장 옆에선 뜨거운 응원전이 이어졌다.

친환경 안조잔디 운동장에서 점심시간 햇볕을 쬐며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구룡중 아이들.
친환경 안조잔디 운동장에서 점심시간 햇볕을 쬐며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구룡중 아이들.

소음으로 인한 민원 탓에 학교 운동회가 사라지고, 안전에 대한 민원 탓에 점심시간 축구·야구를 금지하는 학교가 늘어난다는데 구룡중 운동장은 일상이 '운동회'였다. 조장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아침운동 크루'를 필두로, 일주일에 4시간 체육 정규수업 시간엔 킨볼, 배구, 농구, 발야구, 플라잉디스크 등을 배우고, 정규수업 때 배운 이 종목으로 점심시간 학년별 런치리그가 진행된다. 지역 마을 연계 체육시간엔 양재천 둘레길 2㎞를 달린다. 방과후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이어진다. '1학생 1스포츠'가 자연스럽게 체화된다.

서울시 학교스포츠클럽리그에 참가하는 종목만 9개. 여학생 참가 종목도 배구, 농구, 탁구, 배드민턴, 피클볼, 플라잉디스크 등 6개에 달한다. 매학기, 학교스포츠클럽 신청은 인기폭발이다. 각 종목 20명 모집에 50명 넘는 학생이 몰린다. 이 교사는 "매학기 솔드아웃(매진) 열풍"이라며 웃었다. '2학년 배구 에이스' (한)다인이는 "배구, 플라이디스크 등 5개 종목을 하고 있어요. 운동을 하면 자유롭고 행복해요"라며 활짝 웃었다. 이 교사가 '과학영재'라고 귀띔한 '2학년 킨볼 선수, 심판' (김)지안이와 (이)도연이는 "킨볼은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져도 웃어넘길 수 있고, 심판을 하면서 룰도 더 확실히 배워서 좋아요. 대회도 나갈 수 있고, 중학교 때 운동 취미 하나 갖는 건 커서도 좋을 것 같아요"라며 '강추'했다. '아침운동 크루'로도 활동 중인 이들은 "아침에 운동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져요. 중학교 와서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움직이면 목도 안 아프고 집중도 더 잘돼요"라며 운동의 효용을 설파했다. 런치리그엔 전교생이 참가하고 전교생이 대회 전 '생활 속 스포츠가치 실천 선언'에 서명을 한다. 차별과 편견 없는 스포츠맨십, 존중, 협동, 배려의 페어플레이 정신을 담은 선언문이다. 실제로 '발야구' 런치리그, 학생 주심이 논란이 된 판정의 이유를 설명하자 선수들은 일제히 박수로 '판정 승복'의 뜻을 전했다.

발야구 심판 교육을 이수한 후 심판 활동 및 경기 운영을 도맡아 하고 있는 구룡중 학생들.
발야구 심판 교육을 이수한 후 심판 활동 및 경기 운영을 도맡아 하고 있는 구룡중 학생들.
이광희구룡중 체육교사가 점심시간 운동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는 여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광희구룡중 체육교사가 점심시간 운동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가는 여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구룡중의 행복한 운동장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학교체육이야말로 AI 시대 교육의 미래'라고 굳게 믿는 어른들의 노력과 열정이 빚어낸 결실이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출신 체육교사,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장,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 출신 오정훈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이 학교장. '스포츠는 밥'이고 '운동장이 답'이라는 믿음은 확고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 몸으로 부딪치며 공존과 상생을 배우는 운동장은 세상의 축소판이고, 체육교육은 단순한 신체활동이 아니라 '체덕지'를 갖춘 미래 인재를 키우는 완전체 '융합 교육'이다. 학교체육 활성화에 있어 인프라, 교구, 프로그램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오 교장은 "체육 환경 및 공간의 개선은 '제3의 교사'"라는 말로 학생들을 절로 움직이게 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사의 부담을 덜고, 다양한 학생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운동장 부활 프로젝트②]타워팰리스 아래 구룡중, '학교체육 1번지' 행복한 체육시간의 비결

학교장의 철학에 체육교사들이 공감대를 이뤘고, 환경 조성을 위한 행정 직원의 적극 행정이 더해지며 마침내 꿈의 운동장이 완성됐다. 우선 '베테랑' 이광희 체육안전부 기획교사를 중심으로 체육교사 5명이 의기투합했다. 5명 중 3명이 여성, 자연스럽게 여학생들의 스포츠 '멘토'가 됐다. 아침운동 크루, 런치리그, 학교스포츠클럽 등 콘텐츠를 기획·관리하고, 스포츠 가치 교육, 심판 교육을 담당한다. 지은숙 행정실 차석 주무관은 체육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움직였다. 친환경 인조잔디 운동장, 일본식 교육의 잔재인 구령대 대신 창의융합,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나직한 무대를 설치했고, 햇볕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파고라와 쉼터를 설치했다.

봄날 잔디 운동장에 여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교사는 "운동장에 그냥 앉아 있는 것도 교육이다. 햇볕을 쬐다 농구하는 친구를 보면서 '나도 해볼래'하면서 절로 동화되더라. 점심시간 밥 먹고 나와서 배구하는 여학생들도 늘었다. 뉴스포츠 등 종목도 다양화했다. 킨볼은 여학생들이 아주 좋아한다. 돌아가면서 공을 치면서 스트레스도 날린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건강한 엄마가 되고, 건강한 엄마가 건강한 아이를 키운다"고 했다. 지 주무관은 "구룡중의 모토인 '놀면서 배우고 즐겁게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선 그것을 담을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이 필요했다. 학생들이 새 공간에서 밝은 모습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간의 고생이 다 보람으로 바뀌더라"고 했다.

구룡중 런치리그에 출전하는 전교생들은 리그를 운영하는 학행회, 리그 심판 앞에 '생활속 스포츠 가치 실천 선언'을 하고 서명을 한후 경기에 임한다.
구룡중 런치리그에 출전하는 전교생들은 리그를 운영하는 학행회, 리그 심판 앞에 '생활속 스포츠 가치 실천 선언'을 하고 서명을 한후 경기에 임한다.
[운동장 부활 프로젝트②]타워팰리스 아래 구룡중, '학교체육 1번지' 행복한 체육시간의 비결
오정훈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구룡중 교장)이 '스포츠는 밥'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학교교육 실천 과제 3S, 스포츠(Sports·건강, 신체 교육) 스터디(Study·학습, 독서 교육) 세이빙(Saving·생태, 공존 교육)을 설명하고 있다.
오정훈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구룡중 교장)이 '스포츠는 밥'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학교교육 실천 과제 3S, 스포츠(Sports·건강, 신체 교육) 스터디(Study·학습, 독서 교육) 세이빙(Saving·생태, 공존 교육)을 설명하고 있다.
[운동장 부활 프로젝트②]타워팰리스 아래 구룡중, '학교체육 1번지' 행복한 체육시간의 비결

'사교육 1번지' 교육열 높기로 소문난 이곳은 '학교체육 1번지' '행복교육 1번지'다. '학교체육'을 많이 한다고 민원을 넣는 학부모는 없다. 이 교사는 "아무래도 교육적인 부분에서 앞서가는 지역이라서인지 학부모님들도 체육이 아이의 진학, 진로에 좋다는 것, 건강 습관, 운동 습관이 중요하단 걸 잘 알고 계신다. 외국에서 살다왔거나 유학을 계획하는 경우엔 어릴 때부터 체육 활동을 이미 많이 시키더라"고 했다. "학교 오기 싫어하던 아이들도 런치리그 심판 보러 학교에 온다.(웃음) 운동을 함께 하면서 자존감도 올라가고, 우울감도 사라지고… 운동이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며 웃었다.

오정훈 교장은 "스포츠는 밥이다. 과거 '밥상머리' 교육처럼 이젠 '운동장 머리' 교육이 필요한 시대다.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스포츠를 통해 체화된 인지는 AI가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자산이자 미래 세대의 경쟁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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