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조성철(24)은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과 마주했다. 신감독은 조성철에게 군입대를 권했다. 팀에 자리가 없었다. V-리그 한 팀 등록 엔트리는 16명이다. 여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시즌 중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신 감독은 조성철을 16명 엔트리에 넣지 않았다. 군입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 2년차로 접어드는 조성철은 '은퇴 선수'가 됐다.
조성철을 짐을 싸서 숙소를 나왔다. 배구는 생각하기 싫었다. 모교인 인하대로 향했다. 조성철은 인하대 교육대학원에서 체육교육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었다. 공부에 매달렸다. 하지만 책을 보고 있자니 배구가 생각났다. 뼛속까지 배구인이었다.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프로에서는 실패했지만 배구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공부하고 군대 문제를 해결한 뒤 실업팀으로 가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틈만 나면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후배들과 함께 공을 때리며 감각을 유지하고자 했다.
한 달 정도 지난 11월 11일 LIG손해보험에서 전화가 왔다. 짐을 싸서 수원에 있는 숙소로 오라고 했다. 김영래와 함께 LIG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됐다. 대한항공은 황동일을 데려왔다. 은퇴한지 1달만에 다시 V-리그 무대에 서게 됐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인하대에서 후배들과 공은 때렸지만 제대로 된 운동이 아니었다. 몸만들기에 집중했다. 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의 격려가 힘이 됐다. 이 감독은 "함께 다시 해보자. 자신감을 잃지만 않으면 성장할 것이다"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었다.
기회를 잡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운이 따랐다. 2라운드 들어 이경수가 흉곽 근육 제거 수술을 받고 외국인선수 밀란 페피치마저 발목 부상으로 빠졌다. 공격수가 부족해진 이 감독은 조성철을 주전 레프트로 기용했다. 경기당 평균 9.375점으로 공격에 힘을 보탰다.
친정팀 대한항공을 만났을 때 더 힘을 낸다. 대한항공과의 2경기에서 22득점으로, 경기당 11점이다. 시즌 평균보다 높다. 조성철은 "대한항공전을 앞두면 전투력이 상승한다. 대한항공을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다. 버림받은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잘하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