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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세터 권영민(32)은 2001년 인하대 4학년 시절부터 국가대표에 발탁됐던 유망주였다. 당시 삼성화재 소속이던 '명품 세터' 최태웅(36)과 함께 한국 배구의 세터계를 주름잡을 신인이었다. 2003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뒤 곧바로 주전을 꿰찼다. 1m90의 장신임에도 정확성은 물론 국내 세터로는 드물게 빠른 스피드까지 가미된 토스워크를 구사해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에는 세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소속팀이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시련도 있었다. 2008년부터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두 시즌 연속 삼성화재에 우승컵을 내준 뒤 찾아온 자신감 상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김호철 전 감독은 내성적이고 여린 권영민의 성격을 고쳐보려고 충격요법도 썼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그러면서 국가대표 세터 출신 김경훈 코치를 영입해 '기 살리기'를 시도했다. 그럼에도 기복이 심한 단점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2010년 또 한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삼성화재맨' 최태웅이 현대캐피탈로 이적하면서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다. 루머가 나돌기 시작했다. 트레이드설에 휘말렸다. 당시 권영민은 불쾌했다. 이때 느낀 것이 많았다. 그동안 최태웅의 벽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이 다소 씁쓸했다. 반대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시즌 초반에도 부진은 계속됐다. 그의 역할은 최태웅의 백업 세터로 고정됐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권영민은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히든 카드'로 변신했다. 최태웅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공백을 느낄 수 없는 토스와 블로킹으로 팀 승리를 이끄는 존재가 됐다. 26일 LIG손해보험전이 시발점이었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3세트부터 본격적으로 최태웅을 대신해 팀이 3대1로 승리를 거두는데 일조했다. 양팀 통틀어 최다인 5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늠름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 뿌듯하기만 하다. 2008년 4월 이연실씨와 결혼한 권영민은 올해로 네 살이 된 딸(권효민)이 있다. 권영민은 별명이 '군기반장'에서 '딸 바보'로 바뀌었을 정도로 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현대캐피탈(18승12패) 3-1 LIG손해보험(7승23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