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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구인생 3막' 유광우 "터닝 포인트…신의 한 수를 위하여"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7-06-13 21:35


우리카드로 이적한 세터 유광우가 13일 인천송림체육관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6.13/

"아…잘 어울리나요?"

13일, 우리카드 트레이닝복을 입은 유광우(31)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인천송림체육관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트레이닝복 오른쪽 상단에 붙은 우리카드 로고가 아직은 생소하다.

2007년 삼성화재 소속으로 프로에 입문한 유광우. 그가 데뷔 10년 만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2일 박상하(삼성화재)의 자유계약(FA) 보상선수로 우리카드에 둥지를 텄다.

이제는 삼성화재가 아닌 우리카드 유광우다. '변화'의 기로에 선 베테랑 세터의 새로운 도전. 그가 그려온 과거, 변화 속 현재, 그리고 그가 꿈꾸는 미래를 들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미래를 위한 발걸음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아요. 단양에서 전지훈련 중이었죠. 신진식 감독님께서 부르시더라고요. '우리카드에서 너를 지목했다. 가서 다치지 말고 앞으로도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유광우는 '그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FA 보상선수로 삼성화재를 떠나 우리카드로 이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바로 그 날이다. 2007년부터 10년 간 몸담았던 삼성화재를 떠나야 했던 그 순간. "생각보다 담담했어요. 제가 삼성화재에 10년을 있었잖아요. 느낌이라는 것이 살짝 있었어요. 담담해지려고 노력했죠."

마음에 걸리는 건 딱 하나, 가족이었다. "가족에게는 얘기하지 못했어요. 기사가 뜬 뒤에 아내가 '괜찮지?'라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후회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정리를 해야 할 것이 있으면 빨리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잖아요."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의 배려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받은 유광우는 훈련장 근처로 이사했다. 새 출발을 알린 유광우. 그의 얼굴에는 슬며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솔직히 모든 것을 다 털어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많이 털어냈어요. 이제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갈 시간입니다. 배구인생 3막이 시작된거죠."


우리카드로 이적한 세터 유광우가 13일 인천송림체육관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6.13/
▶롤러코스터 인생에서의 깨달음

그의 배구 인생은 롤러코스터다. 1막은 너무나 아팠다.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프로 입단 직후 양쪽 발목 인대 수술을 했어요. 수술이 잘못돼 독일에서 재수술을 했죠. 신경 수술을 받았어요. 그때는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재활을 통해 덜 아프게 되니 배구 생각이 나더라고요. 참 이상하죠. '프로에서 1경기는 뛰어보고 싶다. 우승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재활했어요. 만약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정도료요."

노력의 결과는 달콤했다. 2년의 기나긴 재활을 이겨낸 유광우는 성숙한 모습으로 코트에 들어섰다. 간절히 바라던 우승컵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인생은 고비의 연속이었다. 2010년이었다. 삼성화재 주전 세터였던 최태웅이 FA 보상선수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빈자리를 유광우가 메우게 됐다. 그는 "걱정을 정말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해야하는지 두려움이 컸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멘붕이었다. 팀은 시즌 초반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제2막은 해피엔딩이었다. "팀이 역전 우승을 했어요. 정말 '우리가 배구에 미쳐있었다'고 할 정도죠. 제 인생에서도 잊지 못할 한 페이지죠. 무엇보다 FA로 이동했던 최태웅 감독님께서 최근에 인터뷰를 통해 제게 '힘들겠지만, 더 독기를 품고 잘 할 것'이라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힘이 됐어요."

▶제3막, 신의 한 수를 위하여

시련은 피하고 싶지만 겪고나면 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유광우도 그랬다. 배구인생 제3막을 앞둔 유광우의 가장 큰 힘은 경험이다. 시련을 딛고 하나둘 쌓아 올린 값진 경험이 오늘날의 유광우를 만들었다.

"부상 때 정말 힘들었지만, 도움이 된 것도 있어요. 일단 배구가 정말 간절해졌고요, 몸 관리도 열심히 하게 됐죠. 부상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몸 관리를 안 했을 것 같아요. 배구를 포기하거나 일찌감치 은퇴했을 수도 있고요. 지금 제가 지금까지 배구를 하는 힘이 됐어요."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유광우는 기본적으로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광우는 "우리카드에서는 후배들에게 경험, 노하우 등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현재의 패기와 열정에 경험이 더해지면 더욱 좋은 선수가 되고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빨리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야죠"라며 허허 웃었다.

설렘과 두려움, 시작은 늘 두 얼굴을 갖는다. 새로운 출발선에 들어선 유광우는 두려움 대신 설렘을 안고 새출발에 나선다.

"프로 첫 해라는 마음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임하려고요. 사실 서른 넘어서 터닝 포인트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요, 기회를 잡았다고 마음먹고 할 생각입니다. 1년 뒤 이맘때는 '유광우를 뽑은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새로운 추억을 만들겠습니다."


인천=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우리카드로 이적한 세터 유광우가 13일 인천송림체육관에서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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