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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원정석 응원도구 허용' 현캐의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11-28 19:08



23일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경기가 열린 천안유관순체육관.

남자부 경기에서는 처음 보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1층 원정석에 앉은 한국전력 팬들이 막대 응원 도구를 쥐고 신나게 박수를 치고 있었던 것. 이날 경기 전부터 원정팀의 경우, 전 구역에서 도구를 사용해 응원할 수 있다는 공지를 내보냈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상 남자부 경기 관람을 위해 1층에 앉은 팬들은 클래퍼, 막대기 등 소음을 유발하는 도구를 들고 응원을 할 수 없다. 변화를 택한 여자부와 달리 남자부는 여전히 이 규정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과감히 이 부분에 손을 댔다. KOVO측에 문의한 결과, 경기를 펼치는 구단 측과 상의해서 'OK' 사인을 받을 경우 '문제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현대캐피탈은 한가지 더 결단을 내렸다. 홈 팬이 아닌 원정 응원단만 응원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캐피탈 팬들도 함께할 경우, 상대 구단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 였다. 한국전력전은 변화의 첫번째 걸음이었다.

예상대로 였다. 분위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판이 제대로 만들어졌다.

현대캐피탈이 이처럼 대승적인 선택을 내린 것은 배구 전체의 흥행을 위해서였다. 배구의 인기가 점점 올라가면서 원정 응원을 가는 팬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홈팬들과 달리 원정팬은 경기 외에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 적지 않은 비용을 내고 오는 열혈팬들이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응원이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원정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물론 동원팬들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개별적으로 응원하는 분들 역시 재밌게 즐기다 가셔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결국 배구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 새로운 분위기가 정착되면 보다 즐기는 문화가 커질 수 있고, 이는 곧 팬들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자신감도 있었다. 상대 응원이 더 커지면 홈 이점을 누릴 수 없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홈연고인 천안은 배구특별시로 불릴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원정팬들이 응원 도구를 아무리 친다고 해도 홈팬들이 분위기를 압도해줄 것이라는 자신감도 숨어 있다.

사실 KOVO는 올 시즌을 앞두고 각구단 관계자들과 1층 응원 제한 규정을 풀기 위해 논의를 했다. 팬들을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는 모두가 공감했지만, 경기력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는 일부 구단들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이 이번 선택을 두고 조심스러워 했던 이유다. 하지만 한차례 진행 결과, 정작 선수들은 '지장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응원 도구를 썼는지 모르는 선수들도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상대 구단의 협조 하에 계속해서 1층 원정 응원 도구 개방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캐피탈은 구단 운영부터 마케팅까지 한차원 앞선 모습으로 V리그 판을 선도하고 있다. 그런 현대캐피탈이 내린 또 한번의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주목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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