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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 뛰고 싶어?" 김호철 감독의 경고. 기업은행 무한경쟁의 시작 [인천포커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2-03-03 09:58 | 최종수정 2022-03-03 12:51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3.02/

[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기업은행 배구단에 남아서 나(김호철 감독)랑 같이 운동하려면…"

팀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고참부터 신예까지, 심지어 외인마저 환골탈태시켰다. 김호철 감독이 왜 '명장'인지 증명한 시즌이었다. 5라운드 5승1패의 눈부신 경기력은 바뀐 사령탑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성취였다.

이제 선수들이 답할 차례다. IBK기업은행이 본격적인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이미 김호철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6라운드는 테스트'라고 예고했다. 1라운드를 전패했고, 이미 숱한 내홍과 난항을 겪은 팀이었다. 일찌감치 봄배구와는 선을 그었다. 5라운드까지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6라운드부터는 웜업존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무대라고 공언했다. 실전에서 어린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옥석을 골라내겠다는 취지다.

2일 흥국생명전은 기업은행의 6라운드 첫 경기였다. 공언한대로 큰 폭의 교체가 이뤄졌다.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김수지와 표승주는 이날 현장에는 왔지만, 출전 없이 휴식을 취했다. 김희진은 2세트 중반부터, 외국인 선수 산타나는 4세트부터 아예 코트에 들어서지 않았다.


4세트 IBK기업은행 김수지, 표승주, 김희진이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3.02/
그 자리를 어린 선수들이 채웠다. 매세트 적극적인 교체가 이뤄졌다. 세터 이진부터 리베로 김수빈까지, 무려 13명의 선수가 코트를 밟았다.

김호철 감독은 "레프트를 주목해달라. 자리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연습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업은행에는 표승주와 산타나 외에도 레프트가 5명이나 있다. 김주향을 비롯해 육서영 박민지 최수빈 양유경까지, 이들 모두가 이날 코트를 밟았다.


김주향은 25득점을 올리며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했다. 육서영은 주로 김희진을 대신해 라이트를 맡았다.

특히 신인 양유경에겐 이날 경기가 특히 각별했다. 부상으로 인해 긴 재활을 겪었고, 최근 들어 조금씩 모습을 보이던 그다. 4세트 막판 잠깐 코트에 나섰지만, 리시브 범실을 범하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고, 이를 김 감독과 선배들이 달래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신인에게도 '테스트'의 무게감이 제법 무겁게 와닿았던 셈이다.


울음을 터뜨린 양유경을 위로하는 김호철 감독.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3.02/
경기후 다시 만난 김 감독은 세터 조련사답게 김하경을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요즘 토스도 움직임도 너무 많이 떨어졌다. 공격수들이 힘들어한다. 또 잘하는 선수들이 뛸 때, 어린 선수들이 들어왔을 때 토스가 달라져야하는데, 역시 아직 세터로서 모자라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은 신예 선수들에게 완전히 경기를 맡겼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예정이다. 김 감독은 "오늘은 본인들이 주가 되서 경기를 했지만, 이제 언니들과 함께 뛰면서 어떻게 보조하느냐도 체크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앞날을 구상할 여유가 있다니, 감독을 시작한 뒤로 가장 편안한 시즌"이라며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2년 후를 봐야한다. 표승주 김수지 김희진 같은 선수들을 대신할만한 선수들이 나와야한다"며 본격적인 리빌딩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감독과 기업은행의 계약 기간은 2023~2024시즌까지다.

"우리 선수들이 아직 멘털적으로 약한 거 같다. 잘 안될 때는 서로 극복해 나갈 수 있어야한다. 기업은행에 남아서 나랑 같이 운동하려면 멘털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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