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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런던서 '김연경 세대' 좌절시킨 남자, 기업은행 지휘봉 잡고 첫인사 "공감·소통하는 지도자 되겠다" [인터뷰]

입력

인터뷰에 임한 마나베 감독. 김영록 기자
인터뷰에 임한 마나베 감독. 김영록 기자
인터뷰에 임한 마나베 감독. 김영록 기자
인터뷰에 임한 마나베 감독. 김영록 기자

[용인=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한국 여자배구 최고의 순간이었던 2012 런던올림픽, '김연경과 친구들'이 최전성기를 달리던 그때 한국은 3~4위전에서 '숙적' 일본에 아쉽게 패하며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당시 반대편 코트에서 집요하게 한국 대표팀의 약점을 찌르던 일본 대표팀 감독이 바로 마나베 마나요시다.

그가 한국에 왔다. 마나베 감독은 2026~2027시즌부터 IBK기업은행 지휘봉을 잡게 됐다.

세계적 명장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 배구는 어떤 모습일까. 용인 기흥의 기업은행 연수원에서 만난 마나베 감독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그는 "솔직히 '김연경 세대'를 보면서 부러웠다. 여자 선수들이 피지컬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싶었다"고 회상하는가 하면, V-리그를 향한 뜨거운 기대감도 드러냈다.

"한국 배구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다. 가끔 한국에 들어와 V-리그를 직접 지켜본 적도 여러번 있다. 한국은 경기장 분위기가 일본과 많이 다르다. 특히 팬들의 호응, 그 업(UP)된 분위기가 굉장하다."

기업은행은 한때 리그를 지배하는 팀이었다. 2011년 뒤늦게 창단했지만, 이정철 초대 감독의 지휘 속 3번(2012~2013, 2014~2015, 2016~2017시즌)이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짧은 시간 안에 명문구단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후 기나긴 암흑기를 겪는 중이다. 2018~2019시즌 봄배구 진출 실패가 무려 '7년만의 좌절'이었다. 2020~2021시즌 모처럼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지만 그 위로 올라가진 못했고, 이후 5년 연속 봄배구 실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승점 57점을 따내 흥국생명, GS칼텍스와 동률을 이루고도 다승에서 밀려 봄배구에 오르지도 못하는 아픔까지 맛봤다.

기업은행은 전력 변화가 크지 않은 팀이다. 새 시즌에도 아시아쿼터 오사나이를 제외하면 빅토리아 황민경 임명옥 김하경 최정민 이주아 육서영 등 기존 멤버들이 그대로 뛴다. 부상이 관건이다. 사진제공=KOVO
기업은행은 전력 변화가 크지 않은 팀이다. 새 시즌에도 아시아쿼터 오사나이를 제외하면 빅토리아 황민경 임명옥 김하경 최정민 이주아 육서영 등 기존 멤버들이 그대로 뛴다. 부상이 관건이다. 사진제공=KOVO

기업은행의 부활, 그 어려운 임무가 마나베 감독에게 주어졌다. 마나베 감독은 "아직 포부를 밝힐 때는 아닌 것 같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을 파악하는 단계다. 개성이 넘치고, 특별한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 모인 팀이다. 그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일단 김학민 코치가 지휘할 퓨처스리그(단양대회)까진 '외부인'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고민해보겠다"며 미소지었다. 자신의 말처럼, 마나베 감독은 이날 인터뷰 후 이뤄진 기업은행의 팀 연습 때 코치진과 선수들이 어우러지는 내내 철저하게 관찰자의 입장을 유지했다.

아직 빅토리아와 오사나이 등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하지 않았고, 임명옥과 황민경 등 베테랑들은 부상 회복에 힘쓰고 있다. 그래도 육서영 김하경 고의정 등 주력 선수들과 단양대회에 출전할 최정민 전수민 남은서 최연진 등이 연습하는 모습을 매의눈으로 지켜봤다.

마나베 감독이 부러워했던 2012 런던올림픽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피지컬.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
마나베 감독이 부러워했던 2012 런던올림픽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피지컬.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
동메달결정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
동메달결정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는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
'숙적'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네트 건너편 마나베 감독이 보인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
'숙적'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네트 건너편 마나베 감독이 보인다.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

현역 때는 명세터로 불리며 일본 남자배구 V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지도자로는 여자배구 히사미츠 스프링스 우승을 각각 이뤄냈다. 이후 '마나베 재팬'을 이끌며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따내는 등 일본 여자배구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린 사령탑으로 평가된다. 지금도 일본은 자타공인 세계적인 배구 강국으로 평가된다. 아시안게임에서도 2패로 조기탈락하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런던올림픽 당시 '김형실호'를 어떻게 봤을까. 마나베 감독은 "11년간 일본 대표팀 감독을 했는데, 솔직히 한국이 부러웠다. 김연경은 물론이고, 한송이 양효진 등등 다들 키가 크지 않나. 일본 대표팀은 항상 피지컬이 문제인데, 김연경 세대의 한국은 일본보다 키도 크고 파워도 좋은 팀이었다"라고 회상했다.

"배구는 결국 2m24라는 네트 높이가 정해져있는 경기다. 일본 대표팀에선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은 제쳐두고, 리시브나 디그 등 발전시킬 수 있는 측면에 최대한 집중하고자 했다. 나도 (김연경처럼)키 크고 재능있는 선수가 있으면 당연히 그 선수를 쓴다. 없으니까 작은 선수들을 활용했을 뿐이다. 한국팀 만날 때마다 '선수들 키가 정말 크다. 부럽다'는 생각 뿐이었다."

오사나이 미와코. 사진제공=IBK기업은행
오사나이 미와코. 사진제공=IBK기업은행

요시하라 토모코 흥국생명 감독과의 '일본 명장 라이벌'전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나베 감독은 "이번에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때 만난게 진짜 오랜만에 본 것"이라면서도 "성적(일본 리그 3회 우승)만 봐도 훌륭한 감독 아닌가. V-리그에서의 만남이 기대된다"고 답했다.

남자 사령탑의 리더십은 결국 여자선수와의 소통에 달렸다. 마나베 감독은 "사실 나도 남자기 때문에, 남자 선수들을 가르칠 때가 마음은 훨씬 편하다"며 웃었다.

"여자 선수들을 대할 때는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 갑자기 울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꼼꼼하게 신경쓴다. 감독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동기부여'고, 배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목표에 공감해주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게 가장 중요하다."

기업은행은 세터가 약점으로 꼽히는 팀이다. 이번 비시즌에도 세터보강을 위해 힘을 쏟았지만, FA 영입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대한항공15번
대한항공15번
기업은행 최연진. 사진제공=KOVO
기업은행 최연진. 사진제공=KOVO

하지만 마나베 감독은 "지금 3명의 세터가 있는데, 다들 나쁘지 않다. 이 정도면 세터보다는 스파이커의 역할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결국 배구는 팀 스포츠다. 누군가 실수를 하더라도 동료가 메워주고, 서로 도우면 된다. 좋은 결과를 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미소지었다.

새 시즌을 기다리는 기업은행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선수가 새 아시아쿼터 오사나이 미와코다. 마나베 감독은 "아웃사이드히터이긴 하지만, 리시브부터 수비, 다양한 공격 루트까지 다 잘하는 올라운더다. 기술적인 능력도, 차분하고 밝은 성격도 좋다. 우리팀에 잘 적응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의 세터 최연진은 배구인 2세다. 마나베 감독의 선수 시절 한국 대표팀의 핵심이었던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딸이다. 마나베 감독은 '최천식'이란 말을 듣자 대번 "이케멘(미남 그 자체), 어딜 가나 가장 인기많은 선수였다"며 껄껄 웃었다.

용인=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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