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은 그라운드 위의 감독이다.
한 팀의 주장이 되기 위해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절대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 기량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들이 물망에 오르는 이유다.
해외 팀과 달리 K리그 팀에는 특별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바로 '나이'다. K리그는 팀 평균 연령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30대 초중반이면 어느덧 후배가 더 많아지는 고참급이 된다. 후배들을 이끌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된다는 얘기다. 또 그라운드 안팎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은 코칭스태프, 프런트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이어진다. 젊은 선수들이 지니지 못한 능력이다.
2017년 K리그 클래식 주장 완장을 차게 될 주장 12명의 나이를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무려 8명(67%)이 30대 선수로 구성됐다. 단, 평균 연령이 낮은 팀에선 20대 중반 선수가 주장이 되기도 한다. 인천의 김도혁이 좋은 예다. 올해 스물 다섯인 김도혁은 이번 시즌 클래식 최연소 '캡틴'으로 이름을 올렸다.
나이만 많다고 무조건 주장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부드럽든, 강하든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매 경기 출전할 수 있는 기량도 갖춰야 실질적인 그라운드 리더 역할과 함께 후배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의 신임 주장이 된 곽태휘(36)를 비롯해 황지수(36·포항) 최효진(34·전남) 김성환(31·울산)은 강한 카리스마형에 속한다. 곽태휘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또 다르다.
반면 염기훈(34·수원)과 김성준(29·상주) 신형민(31·전북)은 부드러운 카리스마형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백종환(32)도 '폭풍 영입'으로 스타 플레이어들가 즐비해진 강원FC에서 당당히 주장 완장을 찼다.
해외 클럽은 K리그와 다르다. 나이가 아닌 무조건 '실력 위주'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무대인 만큼 출중한 기량을 보유한 선수가 주장이 된다. '캡틴' 스티븐 제라드(37·LA갤럭시)는 스물 세 살이던 지난 2003년 사미 히피아로부터 리버풀 주장직을 이어받은 후 12년간 활약했다. 웨인 루니(32)도 29세이던 2014년 맨유의 주장으로 선임됐다. 존 테리(37) 역시 스물 다섯 살 때부터 12년간 첼시의 주장 완장을 찼다.
'아시아축구의 별' 박지성(37·은퇴)은 아시아인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2010년 여름 맨유를 떠나 퀸즈파크레인저스로 둥지를 옮겼던 박지성은 토니 페르난데스 구단주와 마크 휴즈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캡틴의 영광을 맛본 바 있다.
해외 클럽 감독들이 원하는 주장의 또 다른 자질은 프로페셔널리즘과 롤모델 여부다. 루이스 판 할 전 맨유 감독은 루니를 주장으로 선임할 당시 "루니는 프로의 자세로 훈련을 소화하고 내 축구 철학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또한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감을 준다"고 밝혔다.
여기에 유연한 성격이 가미돼야 한다. 위계질서가 확립된 한국과 달리 다양한 인종의 선수들이 모이는 클럽이기 때문에 선수간 의견충돌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맨유, 첼시, 맨시티 등 지구촌 최고의 '스타 군단'에서 실력과 인성보다 선수들을 한 데 묶을 수 있는 화합형 리더의 역할이 더 우선시 되는 이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