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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귓속말', 귀에 명대사 때려 꽂는 '요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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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박경수 작가가 또 한번 시청자의 귀에 명대사 폭격을 날렸다.

박경수 작가는 전작에서도 폐부를 찌르는 명대사로 화려한 필력을 과시해왔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진실입니다. 거짓말로 위로받으면서 사시던가"('황금의 제국'), "옆집 사람이 아파트 사서 돈을 벌면 더러운 세상이고 내가 아파트 사서 돈을 벌면 좋은 세상입니다"('황금의 제국'), "내가 사는 세상에서 공주 노릇 하신 분, 내 아이 세상에서 왕비까지 되는 건 못 보겠네"('펀치') "인생이 정답만 있나, 선택만 있지. 난 그런 선택을 했고 지금 책임지고 있어"('펀치') 등 날카로운 통찰이 담긴 대사들은 매번 화제를 모았고 사회적 경종을 울렸다.

이러한 박 작가의 재능은 SBS 월화극 '귓속말'에서도 빛을 발한다. 첫 방송부터 "악은 성실하다"는 대사로 범상치 않은 작품의 탄생을 예고하더니 "비밀을 알면 친구가 된다던데 우리 조금은 가까워졌네요"(3회)"넌 힘이 없는 정의를 버리고 정의 없는 힘을 선택한 것 뿐이야"(3회)"법은 지키는 것이 아니고 이용해 먹는 것이지"(4회)"지키지도 못할 신념, 이제 안 가질거니까"(5회)"지옥에선 죄인이 벌을 받죠. 여기보단 공평하네"(6회) 등 셀 수도 없는 명대사들이 쏟아져 내렸다. 18일 방송된 8회에서도 마찬가지.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내 편에 설지, 그 사람들 편에 설지 결정하라"는 신영주(이보영)의 일격으로 복잡한 상황을 한번에 정리해버렸다.

이처럼 '귓속말'은 장면 하나, 대사 하나도 의미 없이 쓰지 않는 박 작가의 치밀한 계산 덕분에 쫀쫀한 긴장감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 부조리와 삶의 모순성을 꼬집어내는 대사는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임팩트를 선사한다. 이 대사의 맛을 살려내는 배우들의 능력도 대단하다. '믿고 보는' 이보영은 기대했던 대로 복수심에 불타는 한 여자의 사투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이상윤은 젠틀하고 달달한 멜로가이의 이미지를 벗고 명석한 두뇌와 뜨거운 가슴으로 무장한 남자의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권율 또한 전작 tvN '싸우자 귀신아' 때와는 또 다른, 욕할 수밖에 없지만 짠한 악역을 창조해내며 이보영-이상윤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다. 베테랑 배우들인 김뢰하 김창완 김갑수 김홍파 등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관록의 연기 내공을 펼쳐낸다.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배우들의 연기와 박 작가의 명대사가 만나 극강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이다.

대사 연출 연기까지 삼박자가 점점 맞아떨어지고 있는 덕분에 '귓속말'은 시청률 상승세를 제대로 탔다. 18일 방송분은 1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했다.

귀에 때려 박히는 명대사에 힘입어 '귓속말'이 신드롬을 불러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