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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력 '투고타저' 이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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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대체로 제몫을 하는데, 타자들은 존재감이 떨어진다. 팀당 32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외국인 선수 활약도를 보면 '투고타저'다.

8일 현재 투타 주요 기록을 보자.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외국인 투수가 5명, 20위 안에 10명이 들어가 있다. 기대치에 따른 편차가 있겠지만 대략 KBO리그 주축 투수 중 절반이 외국인 전력이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1.52)이 평균자책점 1위를 지키고 있고,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1.67), NC 다이노스 재크 맨쉽(1.69)이 2~3위에 랭크돼 있다. KIA 헥터 노에시(1.99)가 5위, LG 트윈스 헨리 소사(2.23)와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2.33)가 8~9위에 자리하고 있다. KIA 팬 딘(2.93),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3.10), NC 에릭 해커(3.13), kt 돈 로치(3.19), 한화 이글스 알렉시 오간도(3.63) 등 소속팀의 1~3선발 투수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맨쉽과 헥터(이상 6승)는 다승 공동 1위, 소사와 피어밴드(이상 4승)는 공동 4위다. 투구 이닝에선 외국인 투수가 더 많다. 6명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타격 10위권에서 외국인 선수를 찾아볼 수 없다. LG 루이스 히메네스(0.319)가 14위, 한화 윌린 로사리오(0.297)가 28위, 두산 닉 에반스(0.291)가 32위, NC 제이비어 스크럭스(0.282)가 34위다. 홈런에선 스크럭스(10개)와 에반스, 로사리오(이상 6개), 타점에선 히메네스(26개)와 스크럭스(22개)가 톱 10위에 있다.

롯데 앤디 번즈(0.248-3홈런-10타점)와 삼성 다린 러프(0.222-3홈런-9타점)는 각각 타격 48위, 55위에 머물고 있다. kt 조니 모넬(0.182-2홈런-8타점)과 넥센 히어로즈 대니 돈(0.125, 홈런-타점없음)은 규정 타석 미달이다. 극심한 부진으로 퇴출 얘기가 나온지 오래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주 내야수 대니 워스를 방출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모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면서 '원투 펀치'와 '4번 타자'를 기대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대일뿐, 현실은 다르다. 외국인 선수의 '투고타저'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전반적으로 타자보다 투수 자원이 우수하다. 애초부터 좋은 투수 자원을 데려온 것이다. 투수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모든 구단이 투수, 특히 선발자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영입 작업을 진행한다. 최근 몇 년간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다. 올 시즌 연봉 100만달러가 넘는 외국인 선수 13명 중 9명이 타자다.

타자보다 투수 전력이 약한 리그 현실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수준급 타자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투수는 그렇지 못하다. 현장에선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투수 자원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투수 입지를 어렵게 한 점도 있지만, 타자들의 능력 향상이 지난 몇 년간 이어진 '타고투저'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외국인 투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장의 야구 전문가들은 KBO리그가 처음이라면, 타자보다 투수가 적응이 수월하다고 말하다. 투수와 타자 모두 낯설기는 마찬가지겠지만, 타자가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하다. 이전보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또한 외국인 타자보다 투수에게 유리다. 물론, 외국인 타자보다 투수가 많다보니 순위상의 착시도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