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월화극 '귓속말'이 23일 종영했다.
23일 방송된 '귓속말' 마지막회에서는 이동준(이상윤)과 신영주(이보영)이 강정일(권율)과 최일환(김갑수)-최수연(박세영) 부녀를 응징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강정일 최일환 최수연은 죄를 인정하지 않고 어떻게든 법망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동준과 신영주는 이들의 심복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며 태백 법비들을 모두 감옥에 집어넣었다. 이후 이동준은 출소하고 신영주는 변호사가 되는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귓속말'은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 등 '권력 3부작'으로 유명한 박경수 작가와 '펀치'를 함께한 이명우PD가 의기투합한데다 이보영 이상윤 권율 김갑수 김홍파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배우들은 각자의 이름에 충실한 열연으로 극을 풍성하게 채워나갔다.
박경수 작가는 이동준-신영주가 법비들과 치열하게 대립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초반에는 법비들의 악랄한 만행이 거듭되며 '고구마 전개'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중후반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캐릭터들이 각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는 내일의 원수가 되는 예측 불허 전개가 이어졌다. 혼란한 시대상을 적절히 녹여낸 에피소드들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인이었다.
매회 시선을 뗄 수 없는 반전의 연속으로 긴장도와 몰입도를 높이는 박경수 작가 특유의 화법이 빛을 발하며 시청률도 날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10% 초중반대에 머물며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과 엎치락 뒤치락 했던 작품이 16회 19.2%(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7회 20.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그럼에도 '귓속말'은 박경수 작가의 전작인 '펀치'보다 못하다는 비교를 끊임없이 당했다. 장르물 특유의 답답한 전개 때문만은 아니다. 권선징악형 결말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답답한 전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걸 시청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뜬금포 러브라인이 맥을 끊었다. 당초 '귓속말' 제작진은 "거친 어른의 멜로를 보여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박경수 작가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거친 남자들의 핑퐁 게임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지만 멜로에 손을 댄 적은 없었기에 이는 '귓속말'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너무나도 거친 나머지 맥이 끊겨 버린 러브라인이 실망을 안겼다. 이동준과 신영주가 원수에서 동료로, 동료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다른 멜로 드라마 속 사랑 전개와 확연히 다른 구조라 신선하긴 했지만 감정선에 대한 서사가 부족하다 보니 개연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동준의 야심찬 프러포즈 장면조차 큰 임팩트를 안기지 못했다. 차라리 이동준과 신영주가 원수에서 인간적인 연민과 죄책감으로 동료로 발전하는 과정까지를 그리고, 이후에는 전우로서 법비들과 맞서는 내용에 집중했더라면 좀더 탄력이 붙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러브라인도 러브라인이지만 '귓속말'의 가장 큰 문제는 PPL이었다. PPL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필요악이라는 걸 시청자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맥락 있는 PPL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귓속말'의 경우엔 그 정도가 심했다. 등장인물의 신분과 만남의 목적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만남이 서브웨이 매장에서 이뤄지고 시도 때도 없이 AHC 브랜드 제품 사용 장면이 보여지며 실소를 자아냈다. 조금더 PPL 활용법을 고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어쨌든 '귓속말'은 월화극 1위로 화려하게 퇴장했다. 그 후속으로는 주원 오연서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가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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