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전날 뼈아픈 패배를 설욕하며 9대7로 승리했다.
하지만 곱씹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바로 불펜의 불안함이다.
이날도 두산은 선발 유희관을 제외하고 4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모두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승리한 것이 이상할 정도다.
7회 유희관에게 마운드를 물려받은 김승회는 선두타자 정병곤부터 좌전 2루타를 내줬다. 이어진 두 타자는 뜬공 처리했지만 구자욱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김성배로 교체됐다. 8회 1사 후 등판한 이현승은 곧장 이승엽에고 우전 2루타를 허용했다. 9회 등판한 이용찬은 투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박해민에게 좌익수 앞 2루타, 구자욱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의 위기를 만들었다. 결국 다린 러프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팬들은 겨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무실점이었지만 매회 주자를 내보내 위기상황을 자초했다.
6일 경기는 더했다. 7회 2사 후 등판한 김승회는 이승엽과 10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8회에도 김승회는 연속안타를 맞아 1실점하고 강판됐다. 무사 2루 상황에서 김승회에게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현승은 시작부터 배영섭에게 볼넷을 내줬고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김승회의 책임주자를 들여보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러프에게 우전안타, 김헌곤에게 좌익수 옆 2루타, 이승엽에게 우전안타를 연이어 내주며 4실점했다. 김강률도 9회 김정혁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 강판됐고 이어 등판한 이용찬이 연장 10회 이승엽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며 경기를 넘겨줬다.
올시즌 두산의 경기는 선발투수가 내려가고 난 후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두산의 30승24패 중 선발 더스틴 니퍼트, 유희관, 장원준, 함덕주는 18승12패를 책임졌다. 나머지 기록은 구원투수가 등판한 가운데 승부가 결정됐다.
올시즌 두산의 승리조 김승회의 평균자책점은 3.38, 이현승이 3.07, 이용찬이 3.45다. 기록만 보면 구원투수치고 무난한 성적이다. 하지만 등판하면 대부분 주자를 내보내고 위기를 맞는 경우가 많다. 앞선 투수 책임 주자를 홈으로 들여보냈지만 본인 실점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기록이 나빠지지는 않는다. '만루변태' 등의 별명을 얻을 만큼 위기를 자초하고 그 위기를 잘 극복해 기록은 무난하게 남았다. 좋게 말하면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한 것이지만 보는 팬들이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기록은 무난하지만 불안한 두산 불펜 미스터리의 이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