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김명민(45)이 연기에 대한 깊고 진한 철학을 고백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하루'(조선호 감독, 라인필름 제작)에서 딸의 죽음이 반복되는 남자 준영을 연기한 김명민. 그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근황을 전했다.
'하루'에서 홀로 딸 은정(조은형)을 키우는 동시에 전 세계를 돌며 의료봉사를 하는 의사 준영이지만 일 때문에 늘 딸은 늘 뒷전이어야만 했던 아버지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딸의 죽음 속 애끓는 부성애와 지옥처럼 반복되는 하루를 끊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밀도 높은 감정선으로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 김명민.
특히 지난해 6월 말, 평균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 속, 그야말로 찜통 아스팔트 위에서 3주간 촬영을 이어가야 했던 김명민은 아스팔트 복사열로 잠깐만 있어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웠던 무더위를 겪어야만 했는데 그 속에서도 지치지 않은 열정을 과시하며 명품 연기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낸다. '명본좌' '연기 신(神)' '연기 괴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절절한 부성애를 펼쳐낸 것.
김명민은 "나는 정말 모니터를 안 하는 편이다. 사람인지라 모니터를 보는 순간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 그래서 모니터를 안 보려고 한다. 확실히 모니터를 보고 온 배우들은 다르다. 자신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그 순간 과한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실제로 본인것만 신경쓰는 배우가 많다. 소위 '이번 장면은 어떤 배우가 따 먹었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말이 너무 싫더라. 사실 배우가 혼자 연기하는 게 아닌데 누가 그 장면을 다 소화하긴 불가능하다. 배우들의 협연, 제작진의 앙상블이 있기 때문에 좋은 장면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김명민은 흥행 욕심에만 취중한 몇몇 후배들에 대한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흥행은 정말 하늘의 뜻이다. 예전부터 돈 쫓아가면 안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인 본질이 있지 않나? 배우니까 연기만 쫓아간다. 물론 연기만 쫓다 보면 오래 걸리고 답답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그게 돌아와 안정이 되는 것 같다. 돈도, 명예도, 인정도 받을 수 있다"며 "요즘은 배우들 본인 스스로를 인정하는 배우들이 많다. 우리는 마치 한우처럼 등급이 매겨지는데 분명 누가 봐도 C급 배우인데 A급처럼 행동하는 배우들도 있다. 그런걸 보면서 더 배우는 것 같다. '나는 저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으로 돌아가는 남자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그 하루에 얽힌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작품이다. 김명민, 변요한, 신혜선, 조은형, 임지규 등이 가세했고 '더 웹툰: 예고살인' '홍길동의 후예' '원스 어폰 어 타임' 조감독 출신인 조선호 감독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CGV아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