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를 3번 타자로 기용했다. 주로 1번을 맡았던 버나디나가 3번타자로 출전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김기태 감독은 버나디나의 쓰임새에 주목한 것이다. 버나디나는 시즌 시작 후 한 달 동안에는 기대에 썩 미치지 못했다. 4월까지 25경기에서 타율 2할5푼5리,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도루는 9개를 올리며 기동력은 과시했지만, 타격의 정교함과 파워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래도 새 리그 투수들에게 적응하고 스트라이크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별다른 활약이 없었던 버나디나는 5월 중순을 지나면서 타격감을 찾기 시작했다. 5월 16일 광주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서 2안타를 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다음날에도 2안타를 친 버나디나는 5월 23일 한화 이글스전까지 당시 7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2안타 게임을 펼쳤다. 타율이 2할대 후반까지 올랐고, 출루율도 함께 높아지면서 믿음직한 톱타자로 김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최근 버나디나는 더욱 물오른 방망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날 롯데전에서 3번타자로 나가 타순 자체가 생소할 수도 있었지만, 5타수 3안타 2타점을 올려 10대7 대승을 이끌었다. 버나디나를 3번에 배치한 김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던 경기다. 최근 버나디나의 활약상을 들여다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7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3안타 경기를 이끌었다. 몰아치기 감각이 절정에 이른 모습이다.
타율은 3할1푼1리(238타수 74안타)가 됐다. 외국인 타자 가운데 한화 윌린 로사리오(0.314)에 이어 타율 2위다. 홈런은 11개, 타점은 41개로 늘었다. 현재 10개팀 외국인 타자 가운데 가장 핫한 선수는 버나디나다. 가장 잘 나가던 NC 다이노스 재비어 스크럭스는 최근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이고,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도 기복을 보이고 있다.
버나디나의 타순을 놓고 KIA가 고민을 할 만하다. 출루 능력과 타점 능력 모두 탁월하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1번타자감으로 버나디나를 데려왔지만, 지금 그는 중심타선에 갖다놓아도 손색없는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6월 들어 치른 10경기에서 벌써 12개의 타점을 기록했다. 빠른 발을 앞세운 기동력과 수비능력, 찬스에서 한 방 날릴 수 있는 장타력. 사실 이보다 매력적인 외인 타자는 없다.
김 감독이 버나디나의 타순을 놓고 크게 고민을 할 상황은 아니지만, 중심타선이 여의치 않다면 여러 방면으로 쓰임새를 타진할 만하다. 타순을 가리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로는 2000년대를 수놓았던 한화 제이 데이비스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버나디나의 '성장세'와 '쓰임새'를 모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산=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