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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파리'→'7일'…이동건, 슬퍼야 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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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이동건이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바로 KBS2 수목극 '7일의 왕비'의 연산군 이융이다.

이동건은 1999년 SBS '광끼'로 데뷔한 18년차 배우다. 하지만 사극에 출연한 적은 없었던데다 조금은 느끼한 감이 있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던 탓에 카리스마와 광기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연산군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렸다. 하지만 이동건의 연산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연산은 이역(연우진)과 선왕에 대한 애증으로 광기를 폭발시키고, 어머니 폐비 윤씨의 사망에 좌절한다. 하지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는 장녹수(손연서)와 신채경(박민영)에는 곁을 내어준다. 13일 방송에서는 신채경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연산의 모습이 그려졌다. 연산은 우연히 재회한 신채경을 반가워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옅은 웃음을 지었고 농까지 던졌다. 신채경의 말 한마디에 선왕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그를 '여보'라 불며 이역의 제사 준비를 돕기도 했다.

이처럼 이동건은 광기와 카리스마, 집착과 순정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확실한 임팩트를 준다. 신채경 앞에서는 결핍으로 인한 예민함과 광기를 모두 내려놓고 안쓰러운 순애보를 바치지만, 돌아서면 이내 날선 광기로 폭주하는 연산의 이중성을 제대로 그려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 특히 인상 깊은 건 이동건의 눈빛 연기다. 우수에 가득찬 그의 눈빛은 연산 캐릭터에 퇴폐미마저 부여한다. 그래서 시청자는 이동건의 연산을 '섹시 연산'이라 부르며 사랑을 보내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러한 이동건의 진가가 무려 13년 만에 다시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이동건의 인생작이라고 하면 단연 2004년 방송된 SBS '파리의 연인'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윤수혁 역을 맡은 그는 김정은에 대한 애절한 짝사랑으로 수많은 여성팬들의 심장을 울렸다.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명대사는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이후 '유리화' '스마일 어게인' '미래의 선택' '슈퍼대디 열'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파리의 연인'의 다크 순정남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많았다. 이번 '7일의 왕비' 속 연산은 그러한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캐릭터라 더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가슴 아픈 사랑을 연기할 때 더욱 빛나는 이동건이 앞으로 '7일의 왕비'의 비극적인 운명을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