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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시련의 연속' KBO 심판들, 왜 코너에 몰려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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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의 화살을 온 몸으로 맞고 있다. KBO리그 심판들은 왜 궁지에 몰렸을까.

지난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3회초 NC 공격을 앞두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넥센 선발 투수 한현희가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더이상의 투구가 어렵다고 판단한 넥센 벤치는 투수 교체에 나섰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양 쪽 벤치와 심판진 모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현희는 우완 사이드암 투수다.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선발을 교체할 때는 같은 유형의 투수로 바꿔야 한다. 넥센은 처음에 좌완 금민철을 올렸다가 심판진의 설명을 듣고 우완 오윤성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오윤성은 사이드암이 아닌 오버핸드 유형. 이날 넥센의 출전 가능 선수 명단에는 또다른 사이드암 투수 신재영이 있었으나 오윤성의 등판이 인정되면서 경기가 속개됐다. NC 벤치에서 추가 어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 진행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KBO는 이튿날 해당 심판조에게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심판들은 왜 비난의 대상이 되는가

KBO가 제재금을 부과한 이유는 해당 심판조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그규정 제15조 나항에는 '명백한 부상으로 인해 투수가 교체될 때에는 우투수는 우투수, 좌투수는 좌투수, 사이드암 및 언더핸드는 사이드암 및 언더핸드(좌·우 동일적용) 투수로 교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신재영이 출전 가능 선수 명단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윤성의 등판을 인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심판들의 자의적 해석이다. 신재영은 선발 요원이다. 만약 긴급 상황에 등판을 한다고 해도 고의 4구나 한 타자 정도만 빠르게 상대하고 내려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곧장 다른 투수로 교체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규정을 규정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실수다. 심판위원회 역시 이 부분을 인정하고, 제재금 처분을 받아들였다. KBO가 빠르게 대처에 나선 것도 더이상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매듭을 짓기 위해서다.

물론 이후로도 비난의 목소리는 식지 않았다. 심판들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승패와 직결되는 역할을 맡고있다 보니 화살을 맞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심을 할 경우에는 쏟아지는 비난이 어마어마하다. 어찌보면 심판의 숙명이다.

올 시즌에는 비디오 판독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심판들이 가지고 있는 오심에 대한 부담은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련은 계속되고 있다. 개막 이후 벌써 수 차례 논란이 불거졌다. 작게는 판정 문제부터, 크게는 감독이나 선수들과 경기 도중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판정과 관련해 항의를 하다 퇴장을 당했었고, 지난 12일에는 두산 베어스 오재원이 문승훈 심판에게 스트라이크존 판정을 거칠게 항의하다가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반말을 사용한 문승훈 심판은 제재금 100만원 처분을 받게 됐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

▶진짜 문제는 고질적 불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판들은 설 자리가 없다. 팬들이 심판들에 대한 기본적인 적대감이나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정확한 현실이다. 경기장에서 심판을 향해 욕설이나 야유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온라인상에서의 인신 공격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KBO나 심판위원회도 지금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발전하고 개선하려는 노력들 자체가 전체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나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 또 경기 도중 심판이 취해야 할 매너와 자세 등 세계 야구 추세에 맞춰 변화를 위한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BO도 기술적인 부분들을 지원하면서, 논란이 발생할 경우 빠른 제재를 한다.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 심판의 권위 바로 세우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아직까지는 효과가 적다. 13일 넥센-NC전 투수 교체 해석 논란처럼, 무심코 지나가는 작은 실수가 더 큰 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진정한 변화를 꿈꾸는 심판위원회와 KBO의 노력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논란의 소지를 사전 차단하는 것만이 해법이다. 그래야 심판들을 향한 편견의 벽도 깰 수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