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리그1 디종에서 활약 중인 권창훈(23)은 수원 삼성이 키운 한국 축구의 보물이다.
수원 유스팀인 매탄고를 졸업한 2013년. 19세 나이로 데뷔한 권창훈은 근성있는 플레이와 뛰어난 발재간으로 빠르게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K리그 뿐만 아니라 A대표팀에서도 빛을 발했고 데뷔 4년 만인 지난해 디종에 입단하며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유스팀이 키운 인재를 떠나 보내는 수원에겐 아쉬운 일이었지만, 미래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권창훈 만한 인재를 또 다시 키워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수원 팬들은 이제 권창훈 향수병을 지워도 될 듯 하다.
19세 신예 유주안(수원 삼성)이 데뷔전에서 폭발했다. 유주안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강원FC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에서 전반에만 1골-1도움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핫한 신고식을 치렀다.
거침없는 질주였다. 경기시작 3분 만에 프로 첫 공격포인트를 썼다. 왼쪽 측면에서 김민우가 강원 수비수 두 명 사이로 찔러준 패스를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안으로 치고 들어가 왼발 크로스로 연결했고 이는 조나탄의 선제골로 연결됐다. 수원이 2-1로 앞서던 전반 44분엔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조나탄이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띄운 볼을 문전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강력한 왼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벤치에서 유주안을 지켜보던 서정원 수원 감독의 '아빠 미소'가 교차했다.
이날 유주안이 맡은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는 주장 염기훈의 몫이었다. 1주일 전 열린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염기훈이 타박상을 하면서 유주안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슈퍼매치 당시 벤치에서 선배들의 활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유주안은 20일 안산과의 R리그(2군리그) 경기서 해트트릭을 폭발시키며 서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서 감독은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선발로 나서는 게 맞다. 그런 의미에서 유주안의 출전을 결정했다"며 "유주안은 재치도 갖춘 선수다. 신인인 만큼 첫 선발 출전에 큰 기대를 한다기보다 본인의 실력을 맘껏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원전 활약으로 유주안은 서 감독의 믿음에 100% 보답했다. 1995년 수원 창단 이래 처음으로 '신인 선수 데뷔전 데뷔골'이라는 역사도 썼다. 유주안이 후반 15분 염기훈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걸어 나가자, 서 감독 뿐만 아니라 수원 선수들과 관중들 모두 기립박수를 치며 만점 활약을 격려했다.
팀이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게 흠이었다. 유주안이 빠져 나아간 뒤 수원은 내리 2실점을 하면서 강원과 3대3으로 비기며 승점 1을 가져가는데 그쳤다. 반면 강원은 패배 직전 나온 행운 속에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을 가져가면서 전북 현대전 대패의 여운을 씻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