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시즌 중 변화다.
울산 현대 센터백 정승현(23)이 인천전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최근 수 년 동안 K리그 클래식에서 센터백은 '품귀현상'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희소가치가 있었다. 울산현대고 출신의 프렌차이즈스타이자 부동의 센터백인 정승현의 가치는 더할 나위가 없었지만 울산은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이로써 김도훈 감독은 '시즌 중 센터백 재조합'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울산 센터백 자리엔 인천전에서 정승현과 호흡을 맞춘 강민수(31) 뿐만 아니라 베테랑 김치곤(34)과 2016년 리우올림픽 대표 출신인 최규백(23)까지 있다. 여기에 오스트리아 출신 외국인 센터백 리차드(25)가 버티고 있다. 올 초 이적해 부상 등의 문제로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최규백을 제외한 나머지 세 선수 모두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A컵 등에서 로테이션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면면은 화려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뛰기도 했던 강민수는 1m86의 큰 키로 1m88이었던 정승현의 빈 자리를 메워줄 선수로 꼽힌다. 1m88인 최규백까지 가세한다면 제공권 장악력 감소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민수 못잖은 경험을 갖췄고 오랜기간 울산에 몸담아온 김치곤이나 빠르게 K리그에 적응해 맹활약 중인 리차드 모두 정승현의 빈 자리를 지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이 정승현의 도전을 고심끝에 수락한 배경도 이런 '센터백 풍작'에 있다.
하지만 실제 그라운드에선 어떤 그림이 그려질 지 모른다. 4명의 센터백 중 꾸준하게 경기 감각을 유지해 온 선수는 리차드 정도다. 강민수와 김치곤은 로테이션 기용이 잦아 경기 감각을 빠르게 되찾는 게 우선이다. 울산 이적 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최규백은 더 급하다. 비슷한 특성도 문제다. 정승현은 큰 키에도 빠른 발로 상대팀의 수비 뒷공간 공략을 잘 커버해왔다. 하지만 리차드 김치곤 최규백 모두 커버 능력에선 문제점을 보여왔다. 강민수가 그나마 비교 우위에 있지만 전성기 기량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당장 본고사를 치러야 한다. 울산은 오는 28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상주와 맞닥뜨린다. 큰 숙제를 떠안은 김 감독이 어떤 답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