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다. 그는 현역 시절 태극마크를 달고 주요 메이저 대회를 경험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4강 신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눈에 띄는 선수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청소년 대표 경험이 없다. 포기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 불쑥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묵묵히 기다리고 부지런히 뛰어야 했던 시간. 황 감독은 그 때를 잊지 못한다.
"어린 선수들은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 언젠가 마주하게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회를 잡아서 잘 살려야 한다."
서울에도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기회에 목마른 신인급 선수들도 즐비하다. 하지만 그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오랜 기다림과 노력이 필요하다.
1991년생 골키퍼 양한빈에게는 '한 경기'가 매우 절실했다. 2011년 프로에 입문한 양한빈은 늘 세 번째 선수였다. 강원과 성남을 거쳐 서울에 왔지만, 출전 기회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도 제 자리에서 한 걸음씩 앞을 향해 걸었다. 양한빈은 올 시즌 경쟁을 통해 기회를 잡았다. 벌써 7경기를 뛰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선두' 전북과의 맞대결에서는 여러차례 선방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매 경기가 간절하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공격수 윤승원도 기회를 잡았다. 2016년 마지막 경기에서 생애 첫 프로 무대를 밟은 윤승원은 올 시즌 9경기에 출전, 2골을 넣었다.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내디딘 윤승원은 매 경기 자신의 부족함과 싸우며 성장을 꿈꾸고 있다.
황 감독은 "양한빈과 윤승원은 물론이고 우리 팀에는 어린 선수가 많다. 감독이 선수를 믿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감독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돼선 안 된다.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기에 기복이 있을 수도 있다. 특히 공격수는 등락폭이 크다. 그러나 지속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라는 팀에서 기회를 잡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중요한 한순간 한순간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의 이 기회, 바로 이 순간을 그냥 날려 보내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격려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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