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정대현이 킬러의 진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넥센은 2일 경기가 끝난 후 3일 SK 와이번스전 선발 투수로 좌완 정대현을 예고했다. 지난달 kt 위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정대현은 이적 후 불펜으로만 7경기에 등판했다. 7월 22일 kt 위즈전(2⅔이닝 2실점)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이후 선발 등판 준비에 나섰다. 1군과 동행하며 훈련을 이어갔다.
정대현은 kt 소속이었던 때에도 선발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출발은 좋았다. 개막 후 2경기에서 2연승, 1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후 6경기에서 6연속 패전 투수가 되는 등 밸런스가 깨졌지만, 잠재력은 충분히 있는 투수다.
넥센이 이날 정대현을 선발로 선택한 이유는 상대 전적 때문이다. 정대현은 유독 SK를 상대로 강하다. 2010년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SK전 성적이 가장 좋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20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3.68. 통산 평균자책점이 6.61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 구단 중 3점대 평균자책점은 SK전이 유일하다. 이날 경기를 포함하면 상대 전적이 5승3패 평균자책점 3.62로 더욱 낮아진다.
장정석 감독은 정대현의 선발 등판을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상대 전적을 고려했다. 선수가 특정팀에 성적이 좋을때 가지는 자신감을 무시할 수 없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물론 5월 이후 선발로 등판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해 5이닝 3실점이 최대 기대치라고 밝혔다.
정대현은 이날 감독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6이닝 동안 6안타 3탈삼진 2실점의 성적으로 SK 타선을 틀어 막았다. 핵심 타자 최 정을 3타석 연속 외야 뜬공으로 잡아냈고, 4회와 5회 선두 타자 출루가 실점으로 이어졌지만, 추가 실점 위기에서 번번이 빠져나왔다.
동시에 그토록 소원하던 시즌 3승에도 성공했다. 정대현은 kt 소속이었던 시즌 초 개막 2연승 후 개인 7연패에 빠져있었다. 이날 이적 후 첫승과 동시에 4월 8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4개월여만에 승리 투수가 되면서 기쁨을 동시에 누렸다.
넥센은 현재 앤디 밴헤켄, 제이크 브리검, 최원태, 김성민까지 4명의 선발 투수만 있다. 그중 고정적인 선발은 김성민을 제외한 3명 뿐이다. 금민철까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면서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을 채워야 한다. 정대현 카드가 앞으로도 성공한다면, 계산이 훨씬 쉬워진다. 마무리 한현희에 이어 조상우도 불펜 합류를 앞두고 있어 앞뒤가 훨씬 튼튼해질 수 있다.
고척=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